런던에는 크리스티, 소더비, 본햄 등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경매장이 세인트 제임스 공원 북쪽으로 여럿 들어차 있다. 최고급 호텔에 들어가면 뒷머리가 당겨지는 사람에게는 왜 '주눅'이 드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터이다.
런던 소더비의 경우 젊고 건장한 경비원들이 푸른색 제복을 입고 입구에 떠억하니 지켜 서있어 자못 움
무슨 말이냐 하면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경매 시작가가 2,000,000 파운드로 정해졌다고 치자. 그럼 전광판에는 '£2,000,000', '€ 2,600,000 ', '$ 2,800,000',... 이런 식으로 차례로 표시되다가 마지막 일본 칸은 '¥ 30,000,000'으로 자릿수 자체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만약 한국의 '원'이 그곳에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국제 경매장에 주요 손님이 될 날이 금방 오지는 않겠지만 '₩ 300,000,000'으로 일본보다 '0'을 하나 더 적야만 한다. 다른 주요국 통화 보다 두개의 '0'이 붙어야해서 숫자칸이 모자랄것이다.
흑체黑體처럼 검은 전광판의 위아래 빼곡히 박혀 빛을 내는 숫자를 현장에서 바라보면 차이를 실감케 된다. 그 간극이 마치 국가의 신인도나 위상처럼 느껴져 자존심 상한다.
한국 갓난아이가 무릎만 한 번 굽히면 얻는 50,000은 영국의 청소년이 1,250일, 그러니까 꼬박 삼,사년을 일해야 만나 볼 숫자이다.
인간 생활과 가장 밀접한 숫자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 money에 표시되는 수數이다. 어린 시절 5 파운드, 10파운드를 귀하게 만지던 영국 아이들에게 5만 파운드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만만하게 보일리가 없다. 반면에 5만원 정도는 그저 아이들 용돈이고 십억, 백억 소리가 매스컴을 통해 매일 터져 나오는 나라에서 자란 한국 사람들에게 '50,000'이라는 말도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