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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Apr 19. 2023

나의 위스키 성지 여행

술 이야기

모든 것은 광고廣告다.

적어도 인간이 만드는 모든 매체는 광고이다.

잡지야 요즈음 광고로 도배를 했다지만 신문도 발행일자만 빼고는 모든 기사가 광고이다. 

책도 그렇다.

여행기旅行記까지도....


 '위스키의 성지 여행聖地 旅行'-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인데 우연히 인천 공항 서점에서 눈에 띄어 런던 집까지 들고 간다. 하루키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생동감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위스키 증류소가 밀집해 있는 아일라섬에 관해 쓴 여행기이다. 특히 보모어 증류소를 중점으로 집필한 책이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섬의 증류소는 일본 자본에 많이 잠식되었고 특히 보모어 증류소는 산토리suntory회사 소유이다. 



휴가 내내 읽어야지 읽어야디 하면서도 책장 한귀퉁이에 모셔 두었던 책을 막바지에가서야 꺼내 읽는다. 한 밤중에 책장을 넘기다 갑자기 발 끝에서부터 정수리를 향하여 끓어 올르는 충동을 이길수 없어 인터넷을 켠다. 

 '한 달의 휴가에서 벌써 3주일을 사용했으므로 한국에 돌아가기전 이제 닷새가 남아 있다. 적어도 출발 하루 전에는 돌아 와야하므로 겨우 사흘 밖에 시간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속이 걷잡을수 없게 바빠져서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진다. 교감交感신경만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징조다.


그래, 내일 새벽에 떠나자. 까짓거....

인터넷 검색을 해 본다. 'cheapair.com'. 'London-Islay....' '06:45 select'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진행된다. 전체 비행 시간은 겨우 2시간 남짓, 그러나 스코틀랜드 수도인 글라스고우 공항에서 갈아 타는 시간까지 모두 11시간이 걸린다. 배보다 배꼽이 터무니없이 컸기 때문에 런던에서 글라스고우까지는 기차로 갈까 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그대로 강행한다. 귀찮아서이다. 


여름 날 아침 해가 일찍 찾아오는 영국이지만 그 날은 동이 트기도 훨씬 전 어리둥절하는 집사람을 깨워 히드로 공항까지 실어다 달라 부탁한다. "정말 미안하지만 내가 이번 휴가를 마치고 청주에 돌아가서 착하게 살고 열심히 일을 잘하려면 꼭 아일라에 다녀 와야겠다"고 구라를 때린다.


때는 2003년 5월이다.

글라스고우 시내에서 오후 내내 어슬렁 거리다 저녁 늦게 아일라행 비행기에 오른다. 마이크로 버스만한 비행기다. 정말 작다. 하긴 3천 여명 인구에 얼마나 더 큰 비행기가 필요할까?하는 몇몇 생각들이 스쳐 지나자 마자 도착해서 내려야 한단다.


마침내 아일라Islay 섬인 것이다.


미국식으론 '아일래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발음은 '아일라'가 맞다. 켈트어라 발음이 어려워서 그런지 현지의 관광 가이드 책자에는 'Eye La'라고 불러 달라고 주문하고있다. 하루끼의 저서 '위스키의 성지 여행'의 국내 번역 본에도 아일래이라고 번역되어있지만 '아일라'로 제대로 불러 주어야 아일라산 위스키의 참맛을 알게 해 줄것이다. 아이스 와인ice wine이 원산지인 독일어 발음인 '아이스바인Eiswein'으로 부르는 편이 더 느낌이 와 닿는것처럼..


아일라는 스코틀랜드와 북 아일랜드 사이에 위치한 섬으로 면적은 약 600km²의 작은 섬이다. 퀸 오브 헤브리디스(The Queen of the Hebrides)라고도 하며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의 성지로 불린다. 이 섬은 아일랜드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져 있고 서쪽 잉글랜드 본토와의 사이에 더 작은 섬 주라(Jura) 있다. 스코틀랜드답게 섬 곳곳에 작은 호수가 여럿있다. 이 곳에 스코틀랜드 최초로 세워진 파력 발전소가 마침내 2000년에는 세계 최초의 상업 파력 발전소가 되었을 정도로 섬에는 바람과 파도가 거세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라는 큰 섬 사이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철새를 포함한 많은 조류들의 본거지가 되어 생태 연구를 위한 조류 관찰자들도 선호한다. 천혜의 자연 경관과 때 묻지 않은 주변 환경을 유지 보존하고 있어 관광지로서도 연중 인기가 많다. 바다 낚시를 포함한 소규모 어업, 목축업을 제외하면 기업 시설로는 증류소가 유일하다. 몰트위스키를 제조하는 7개의 증류소가 있는데 증류소 마다 그 맛과 풍미가 다르다.


브나하벤 Bunnahahain, 라프로에이그 Laphroaig, 아드벡 Ardbeg 처럼 우리 귀에 익은 증류소도 있지만 라거부린 Lagavulin, 카리라 Caol Ila, 브루익라디 Bruichladdich 처럼 생소한 증류소들도 있다.



수도首都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보모어 Bow more가 섬의 중심지中心地이다. 이곳에 거의 모든 생활 편의 시설이 몰려 있는데 해안가에 위치한 증류소와 눈에 잘 띄는 원형의 킬러로 교구 교회(Kilarrow Parish Church)가 볼거리이다.


당연하게도 보모어 증류소는 보모어에 있다. '보모어'는 아일라 위스키를 대변한다고 할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고 세계 곳곳의 공항 면세품점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풍미 또한 그러하다. 아드벡보다는 덜 스모키하지만 아일라 대표 선수 답게 스타일이 피티peaty하고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

‘큰 오두막’ 또는 ‘큰 암초’라는 뜻을 지닌 보모어는 그 이름 답게 전통적인 생산 방법을 엄격하게 고수한다. 자체적인 플로어 몰팅 방법으로 몰트를 생산하고 킬닝kilning시 몰트맨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나무삽으로 피트를 뒤집는 장면을 아직도 볼수 있다. 섬에서 제일 큰 마을 보모어의 중심가에 자리잡은 관계로 관광객의 발길이 잦고 그런 관계로 증류소 견학 투어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이 증류소에서 태어난 위스키는 일년 사시사철 불어 오는 해초 바람과 갯펄에서 우러나는 갯내음을 맞으면서 수십년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그리하여 세계 어디를 가도 감히 아일라를 고향이라 말할수 있는 녀석이 되는 것이다.



보모어 위스키의 회사 자체 시음 성적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크리미한 느낌의 캐러멜 토피, 잘 익은 과일과 스모크 향이 풍부하게 난다. 과일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맛과 초콜릿이 어우러져 놀랄 만큼 복합적인 풍미를 지니고 있다. 맛이 아주 훌륭하게 균형을 이루며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위스키 상식>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

물에 침잠 시켜 보리 속의 전분을 당분으로 변화 시킬 효소를 얻는 발아 과정을 바닥에 늘어 놓고 하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킬닝 Kilning:

발아가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면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건조 작업을 말한다. 이때 사용하는 원료의 종류와 양에 따라 위스키의 풍미에 영향을 받는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 때 바싹 태우면 다크 비어Dark Beer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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