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야기
용은 허구의 동물이므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야 그 모습을 그려 낼 수 있다. 그 혀의 생김새를 나타내려면 더욱더 상상의 날갯짓을 퍼덕여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용을 본 사람은 없어도 용의 혀를 닮았다는 식물은 있다.
용설란龍舌蘭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사진을 보면 눈에 익은 만큼 국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선인장과 비슷하나 엄연히 다른 종자인 용설란은 학명으로는 아가베 Agave라 부른다. 그 잎은 길쭉하여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져 마치 창과 같다. 게다가 잎의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 있어 과연 무시무시한 용의 혀로서 손색이 없는 모양이다. 용의 혀를 잎으로 갖고 있는 이 아가베가 바로 테킬라를 만드는데 쓰인다.
태어나자마자 커다란 통나무 집에서 6개월을 지낸 이 녀석은 우선 때깔도 좋다. 불빛에 비쳐 보면 빛 나는 금색으로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나무집에서 겨우 몇 개월 살았다고 그런 금빛 색깔의 옷을 입을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므로 어느 정도 캐러멜로 치장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일단 눈으로 보기에도 때깔이 좋다.
코를 대어 본다. 냉장고에 너무 오래 두어선지 내음이 잘 안 올라온다. 스니프터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온기를 주어 본다. 조금씩 조금씩 향이 솟아난다. 후추향이 먼저, 그리고는 개수대 물 냄새라 할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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