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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Oct 05. 2022

캠벨타운 위스키 여행

Springbank와  Kilkerran Whisky

"이 마을은 빅토리안 시대에 36개 그리고 1920년대까지도 23개의 증류소가 가동되던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수도였습니다. 하지만 한집 건너 증류소이던 그 시절의 영광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동차 정비소, 사격장 그리고 슈퍼마켓 같은 건물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캠벌턴의 글렌가일 증류소 투어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투어 가이드의 말이다. 그도 예전의 화려했던 시절의 명성을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었을 뿐일 터이지만 캡벌턴의 쇠락을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느낌이 온몸에서 풍겨 나왔다. 


스카치위스키의 고향 스코틀랜드를 하일랜드 Highland, 아일라 Islay, 아일랜즈 Islands(Skye섬 포함), 스페이사이드 Speyside, 로우랜드 Lowland, 캠벨타운 Campbeltown 등 6개의 생산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캠벨타운을 독자적으로 지역을 표시하지만 경우에 따라 하일랜드 서부 해안지역의 일부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로우랜드와 캠벨타운만 두고 보면 현재 증류소가 각각 3개씩으로 그다지 많지도 않고 위도도 비슷하여 두 지역을 하나로 묶어 로우랜드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렇듯이 캠벨타운은 힘이없어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이 지역 위스키는 향이 많고 유질감이 있는 스타일로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떨쳐왔으나 과잉생산으로 그 명성이 훼손된 감이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스프링뱅크, 글렌가일, 글렌 스코샤 3개의 몰트 위스키 증류소가 남아 있을 뿐이다.  

Glen Scotia Distillery

 


현지 발음으로 '캠벌턴'이라 불리는 캠벨타운은 스코틀랜드에서도 변방으로 아일랜드 쪽으로 뻗은 반도의 끝 부분에 위치해 있다. 글라스고에서 서 남쪽으로 버스를 타고 장장 4시간여를 달리거나 비행기를 타고 40여분을 날아야 하는 오지이다. 그래서 못 가본 그곳을 언젠가는 한번 가 주어야지 하고 남겨두고 있다가 내가 추앙하는 어반 스케치 작가 이안 페넬리의 체스터 Chester 워크숍에 참석하는 김에 방문하게 되었다. 


캠벨타운은 전형적인 스코틀랜드 바닷가 마을이다. 아무리 맑고 청명한 여름날이라 하더라도 어딘지 모르게 음산하고 스산한 기운이 삐져나오는 회색빛 항구 도시이다. 그러니 위스키의 제조 숙성에는 최적의 장소에 틀림없다 하겠다. 황량한 들판에 나지막이 피어나는 검보라 헤더 풀 아래에 깔려있는 피트와 알싸한 갯내음이 어우러져 바닷바람에 실려 카스크에 배어들면서 캠벌턴 스카치에 ‘쫍쪼름한' 맛을 심어주는 것이다. 



캠벌턴에는 여러 증류소 투어가 있지만 스프링뱅크 투어가 대표 격이다. 

1828년부터 같은 자리에 있었던 역사가 깊은 양조장의 오래된 시설과 전통적 제조 과정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지금까지 캠벌턴에 남아있는 중에 가장 유명한 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내에서도 제일 복잡한 맛을 지닌 위스키들 중 하나를 만들어 낸다. 플로어 몰팅과  킬닝Kilning 작업, 발효, 증류, 숙성, 병입 과정이 모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유일한 위스키 생산자로 알려져 왔다. 이곳에서 나오는 위스키는 피트 peat를 적당히 입히고 2.5회 증류한 대표 격의 'Springbank', 피트를 많이 입히고 전통적으로 2번 증류한 'Longrow' 그리고 아일랜드 위스키처럼 피트를 전혀 입히지 않고 3회 증류한 'Hazelburn'이 있다. 

캠벌턴 위스키


스프링뱅크 증류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글렌가일 Glengyle 증류소에서는 '킬커란 Kilkerran' 위스키가 나온다. 상표가 다른 회사에 등록되어있어서 '글렌가일'을 사용하지 못하고 특이한 '킬 커란 Kilkerran' 이름으로 위스키를 출시하고 있다. 소유주가 여러 번 바뀌면서 사정이 변해왔지만 글렌가일 증류소와는 몰트를 비롯한 주요 재료와 시설, 심지어는 종업원까지 공동으로 사용한다. 특히 킬커란 제품은 스프링뱅크와 제조 과정이 아주 비슷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맛과 향을 가진 위스키로 알려졌다.

이에 대하여 이 증류소 책임자는 투어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킬커란은 발효조의 재질과 크기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거의 모든 재료와 공법을 스프링뱅크와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스키는 스프링뱅크와는 서로 다른 특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저기 보이는 증류기에 주목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킬커란 증류기의 목은 약 7도 상방으로 뻗어 있습니다. 반대로 스프링뱅크의 것은 하방으로 7도가 내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두 증류기 목의 경사도의 차이 14도가 위스키를 서로 다르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Glengyle Distillery Pot Still



단식 증류기의 특성

증류기의 주요 소재는 '구리Cu'이다. 촉매제 역할을 하는 구리는 알코올이 증발할 때 알코올과 반응하여 무거운 요소를 걸러낸다. 달리 말하면 증류기의 구리 성분과 증발 알코올이 오래 접촉할수록 무거운 요소가 빠져 나간다. 그러므로 증류기의 목이 길수록 증발하는 알코올과 구리의 반응시간이 늘어나서 주정은 가벼운 특징을 얻게 된다. 반면, 증류기의 목이 짧으면 그만큼 반응시간이 짧아지므로 주정이 무겁다. 

증류 속도도 대단히 중요한데 빠를수록 구리와 증발된 알코올 간의 상호작용 기회는 줄어들 것이고, 속도가 느리면 그만큼 많아진다. 만약 증류기를 쉬지 않고 계속 가동시키면 구리에 무리가 가해져서 상호 작용이 덜 일어나므로 아주 무거운 특성의 주정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증류기 내에서 환류 reflux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떤 성분이든지 증류기의 목을 지나가지 못하면 증류기 내에서 응축되어 끓는 액체와 다시 합류하게 되고 결국 재증류가 일어난다. 환류를 조절하는 것도 향에 차이를 주는 한가지 방법이다. 

단식 증류기로 증류할 때는 증류기의 구리 함량, 크기, 모양, 속도, 환류, 응축 방식(콘덴싱 시스템), 스피릿 세이프의 컷 포인트 등 모든 것이 스피릿의 특징 형성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springbank pot still diagram

위 그림과 같이 스프링뱅크 증류기는 하방으로 목이 내려오고 위 사진에서 보듯이 글렌가일 증류기는 반대로 상방으로 향해 있다. 스프링뱅크 증류기에서는 증발된 알코올이 목구멍만 넘으면 그대로 쉽게 내려와 응축된다. 반면 글렌 가일 증류기는 목이 위로 뻗어 있어서 증발된 알코올이 재빨리 건너가지 못하고 되돌아와 구리와 상호 작용을 다시 더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증류란 알코올 증기와 구리 사이에 일어나는 대화 Conversation이다. 

서로 간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스피릿은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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