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기 때문에, 지금이 아프다.
굳이 안 해도 될 기억을 회상하는 일.
그 문제를 왜 계속 들추어
내 기분에 자꾸 찬물을 뒤집어 씌울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으로 이상하다.
이게 우울증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증상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수많은 기억구슬에 유독 '잿빛'구슬만 다시 소환하는지.
분명 찬란하고 예뻤던 알록달록한 기억들도 많았을 터인데.
토요일 아침 청소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며
평범한 조용한 주말 오전의 여유를 위해 TV를 켰다.
그동안 봐야지 봐야지 했던, '폭삭 속았수다'를 한번 봐야지.
사실 이 드라마가 그렇게 심금을 울린다 하여
일부러 피하고 싶었다.
멜로나 휴머니티 가득한 영화.
감정이 요동치는 영화는 내게
누군가의 '공포'영화와 같은
굳이 마주치고 싶지 않은 감정인 듯하다.
오늘 한번 웃던 울던 오늘날 잡는다라
생각해서 5분도 안되어 끄고,
컴퓨터를 켜고 황급히 브런치스토리의 글쓰기를 눌렀다.
잔잔한 피아노 곡을 하나 틀어놓고.
내가 자꾸 아련한 기억을 꺼내는 이유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여주인공의 독백을 바로 적어 두었다.
그때는 몰랐기 때문이다.
아 이 쉬운 이유를 지금껏 몰랐네.
그때는 몰랐기에 이제와 후회하는 것임을
그때는 몰랐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들.
후회.
그때 더 잘할걸. 그럼 지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내가 조금만 더 솔직했다면,
용기를 냈다면. 한 발만 더 움직였다면.
후회는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미련.
이제라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한번만 더! 눈 딱 감고 전화해 볼까?
미련은 그렇게 이루어질 수 없는 집착을 만든다.
부끄러움,
그야말로 이불킥.
아무것도 모르고 철쳐된 주제넘은 말과 행동들.
모르는 거는 죄가 아니라지만,
죄책감이 드는 거 보면 죄는 맞는 거 같다.
그리고 이제와 하하하 웃게 만드는
한 스푼의 행복과 추억들.
여기서 내가 발견한 문제는
그때는 몰랐네라고 발견 한 시점이
바로잡을 시점,
아니 마음을 추슬러야 할 시점이 한참 지나버린 후인 것이다.
몇 달도 아닌 몇 년이 흐른 시점에
그렇게 과거의 나의 문제를 알게 된 내 모습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나는 내 감정에 그렇게 무관심했고,
대면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상황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숨기고 피하기 급급했다.
그게 너무나 익숙해버려 졌는지,
감정의 쓰레기통이 터지고 나는 시점이 몇 년 후라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며칠 후에만 알았어도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그래도 바뀌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말해보고, 표현해 보고, 시도는 해봤으면
이렇게 후회의 기억에 사로잡혀 우울하진 않았을 터.
이제라도 알아서 참으로 다행이고
나 스스로도 고맙다.
하루하루 내게 솔직해지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기를
그렇게 나는 조금 성장했기를
어제 친하게 지내는 카피라이터한테
"좀 짠한 레퍼런스 기억난 거 없음? 시몬 CD 그런 거 좋아하잖아"
알지. 내가 전문이지.
우리끼리 말하는 소위 쥐어짜는 레퍼런스는
정말 도라에몽처럼 잘 찾는 나다.
사실 내가 만드는(만들고 싶은) 광고는 펀하고 웃기기보다,
마음을 한번 쥐어짜게 만드는 그런 광고다.
그렇게 남의 감정을 어떻게 흔들까 하루 종일 생각하는 내가 마주한
모순적인 상황과 감성들.
참으로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래도 그 이야기와 남의 맘을 흔드는 이야기는 놓고 싶지 않기는 하다.
*두서없이 적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울증은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처방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질병이라 합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며,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또는 주변 분들을 진단하거나 단정 짓는 행위로 '치료'가 가능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글을 쓰는 지금의 음악은 '바이준-Love Sketch'입니다. 그중에 '당신의 사랑이 늘 행복하기를'이라는 곡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씩은 꼭 들려주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