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서 울지 않는 게 아니라, 울지 못해 약해져 버리다.
다시 '폭삭 속았수다'로 돌아와서.
우리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대화나 회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중요한 우리의 화제는
"내가 어제 뭘 봤는데..."
나 빼고 다 본 '폭삭 속았수다'를 본 사무실 머시마들의
반응이 "어 그거 좀 심금을 울리더라고요"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가운데.
멜로영화나 가슴이 미어지는 신파극,
가족과 연인의 사랑. 이별 등의 스토리가
여전히 흥행에 성공을 하는 것 보면.
사람의 감정은 다 비슷비슷한 거 같은데.
옛 연인이 어느 날 문득 슬픈 영화를 보며 펑펑 울어야겠다며,
고향집에서 VHS데크를 이고 지고 왔더라.
그리고 박신양, 전도연이 나오던 약속을 보며
밤새 펑펑 울었다 했다.
깊은 야기는 안 했지만,
나는 그 친구가 왜 슬프고 울고 싶었을까 물어봤을 때
"네가 그 감정을 알겠니"라고
나름 어른의 표정으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그 친구가 지금도 왜 슬프고 울고 싶었을까.
그 맘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영화 '약속' 왜 슬픈지도 모르겠다.
아니 영화를 보고 슬펐던 적이 있었을까,
있었네 '인사이드 아웃'
눈물을 흘리고 엉엉 울 때
엔도르핀이 많이 활성화되어 감정 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더라.
엔도르핀이 참으로 필요한 지금인데
마지막으로 엉엉 울어본 게 언제였던가.
아마 내가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시절보다,
조금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된 시절부터
정확히는 '우는 게 무슨 도움이 되냐'라고
건방지게 단정 짓기 시작한 지점부터
나는 울지 않았다.
아마 '약속'을 보던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 못 한 게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나는 감정을 조절 못하는 그저 바보였고.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마냥
내가 슬픔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다.
지금도 울적하고 오늘 밤도 잠들기 전 우울이 몰려올 테니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베갯속에 얼굴을 파묻고
한바탕 크게 울었으면 좋겠는데,
울음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 우는 법을 잃어버렸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정말 어느 장례식장에서 통곡을 하던 유가족의 모습처럼
땅을 치며 울면 속이라도 시원할까 해서
괜히 우울한 생각을 꺼내보면, 기분만 울적해지고,
눈물은 나오지 않더라.
울지 못하는 '병'
씩씩해진 것도 아니고. 행복해진 것도 아니고,
슬플 때 제대로 슬퍼할 수 없을 때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아픈 거 보니 우울증은 '병'이 확실한 것 같다.
나중에 꼭 건강해지면, 창피함도 뭐고 다 집어던지고
울면서 내 진심을 전해보고 싶다.
정말 볼만하겠지만.
'인사이드아웃 2'를 보면 다시 눈물이 날까.
*두서없이 적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울증은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처방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질병이라 합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며,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또는 주변 분들을 진단하거나 단정 짓는 행위로 '치료'가 가능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