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괜찮다고 믿었던 나에게. 다시 안부를 묻는다.
혼자 사는 것으로부터 오는 외로움은 없다.
아니 없었다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노총각의 삶은 아무리 겉으로 포장해도
궁상맞기 그지없을 테지만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어릴 적 맞벌이하시는 부모님과
나이차가 많이 나는 누나들 덕분에
나는 혼자 사는 게 익숙했고, 편하기도 했다.
혼자 있어도 심심할 이유는 전혀 없었고,
사실 집에만 혼자 있을 뿐이지
밖에 나가면 만날 사람들 투성이었기도 했다.
대학을 가고,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또 유학과 해외근무로 인해 나의 싱글라이프는 계속되었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혼자서 음악을 듣는 것도, 밤새 게임을 해도,
근사하게 요리를 해서 식사를 한다거나,
특히, 정말 밤샘 촬영이나 출장 이후 집에 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인 노곤노곤한 상태로
마시는 맥주가 그렇게 좋았다.
지금은 내 우울증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과 회상의 시간도 그때는 행복한 그림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하나둘씩 친구들이 결혼을 했지만,
요즘 사회 문제가 정말 그런지 모르겠으나,
결혼을 안 한 친구, 선배들이 많아
그냥 다들 그렇게 사는가 보다 하고 넘겨짚었고.
부모님의 명절 잔소리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너는 도대체 왜 결혼을 안 하는 거냐?"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그때 기분에 따라 답을 달리하곤 했다.
1. 혼자 있는 게 좋아서
실제로 그랬다. 지금도 좋다. 터치 안 받고 사는 삶.
가족끼리도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사랑해서 같이 사는 사람과 편안한 하루가 될 수 있을까.
쓰고 보니 혼자 있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같이 사는 게 무서웠다가 맞는 표현인 거 같다.
2. 별로 안 중요한 것 같아서
결혼과 연애는 내 버킷리스트 10위권내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목표로 하던 삶은
그야말로 내 자아실현, 성공한 사람들의 척도라 생각하던
부와 명예가 우선이었고,
물론 두 가지 다 얻지는 못했지만.
3. 죄책감
너무나 후회하는 기억이 연결되었다.
2번의 이유로 사랑했던 이가 우선순위 밖에 있었던 것 같아
지금도 죄스럽고, 또 죄스럽다.
그 친구가 '나는 별로 안 중요한 사람이다'라고 느꼈을 텐데
너무나 큰 상처를 준 걸 뒤늦게 알아버린 것.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자신도 없고,
잘할 자신도 없었다.
오래 만난 시간만큼 이별의 상처는 너무나 컸고,
실연은 또 다른 만남으로 잊는다고 했지만.
나는 혼자 있는 것을 나만의 속죄라 여기고 싶었다.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은 어디선가 들리지만,
나는 잘 지내면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죄책감.
지금도 계속되며, 요즘은 더 커지는 기분이다.
4.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몰라서
어디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아니 새로 만날 인연에게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사실 아직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나이가 먹고 시간은 흘렀다.
5. 쥐뿔도 없어서
이건 현실적인 이유다.
가정을 꾸리려면 내가 다 준비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없이 살면 돼. 그냥 다 살면 되더라.
라고 말은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선 안정적이어야 한다 믿었다.
현실적인 이유라고 써놨는데,
서울에서 집 사는 게 불가능한 일에 가까워진 시대에서
이거야말로 판타지였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구차한 변명이고
말도 안 되는 이유지만.
그때는 나름 진지한 결론이었다.
그리고 혼자 사는 게 썩 나쁘진 않았다.
결혼이 하기 싫거나 관심이 없었다고
아니면 아직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위로를 받든 간에
모두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는 지금 생각하면 위의 그럴싸한 변명으로
결혼을 회피한 게 맞는 것 같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더 무거운 책임감.
더 많이 신경 써야 할 것들 투성이에서
솔직히 지금도 자신 없다.
근데 왜 갑자기 노총각 궁상을 떠는가.
사실 브런치스토리 글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너무 우울감이 심하기도 했고.
이 글을 쓰면서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는 연습을 많이 하기로 연습을 했는데.
비가 많이 오던 지난주 금요일.
깊은 맘을 그래도 털어놓을만했던
오랜 친구와 약속이 틀어지고
누군가에게 내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를 주욱 스크롤로 내리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가뜩이나 우울했던 그날의 내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무너져 내려 버렸다.
이렇게 기분이 꿀꿀 한날 집에 가서 아내라는 사람과
함께 있었으면 많은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평생 안 들다가 갑자기 들었다.
그렇게 요 며칠,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근데 좀 이기적이긴 하다.
내 맘을 편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라니
*나를 바람 맞힌 친구는 며칠 후 다시 만났다.
그 친구도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비슷비슷한 이유더라.
*두서없이 적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울증은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처방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질병이라 합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며,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또는 주변 분들을 진단하거나 단정 짓는 행위로 '치료'가 가능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들은 노래는 '패닉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