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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실장 Mar 28. 2018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는 방법

정답은... "없다."

posted: Mar. 28, 2018,

updated: Mar. 28, 2018


필자는 2010년 겨울부터 현재까지 반도체 분야의 외국계 회사에서 만 7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hardware engineer이다. 이전 글 "브런치를 시작하며..."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외국계 회사로의 이직을 결심했던 그 당시엔 나 스스로에게 이직에 대한 명분이 확실했었고, 그에 따르는 실리적인 이익도 계산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때 내가 아무런 milestone 없이 얼마나 무모(?)하게 결정했었는지 심히 아찔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나마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잘 버텨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But,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면 나는 똑같은 결정을 할 것 같다.)


많은 후배들이 끊임없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어떻게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였는가"이다. 그래도 요즘은 여러 분야의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있어서 상대적으로 입사할 기회도 많고 가능성도 높은 것 같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외국계 회사가 그리 많지는 않았기에 해외 유학파 또는 교포 출신같이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만 입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필자가 그렇게 생각했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니, 외국계 회사를 들어가는 경로는 ‘따로’ 있더라.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하나씩 짚어보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참고: 여기서 말하고 있는 "외국계 회사"는 필자가 속해있는 전자공학 분야의 hardware 제조 및 관련 부품회사에 대해 국한된 내용일 수 있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일반적으로 작성하고자 하였으나, 혹시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해당사항이 없다면, 본 글을 일반적인 참고용으로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헤드헌터를 통한 지원

아마도 이 방법이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는 가장 빈번한 경우라 생각된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외국계 회사가 처음 한국에 진출할 경우 현지의 문화나 경제사정을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인력을 고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외부 헤드헌터를 통해 적절한 인력을 모집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 진출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이라 해도 실제로 한국에서 근무하는 인력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면, 한국에 직접 채용담당팀을 꾸리기보다는 헤드헌터를 이용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에서는 신입사원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비정기적으로 경력직을 채용하기 때문에, 굳이 채용담당팀을 운영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채용 결정에 대한 절차나 인적자원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은 필요하므로, 대체로 각 region이나 continental에 하나씩 본사 조직을 두긴 한다. (예를 들면, Asia-Pacific HR team 등등)

헤드헌터를 통해 외국계 회사로 입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헤드헌터들을 많이 알아두어야 하는데,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였거나 아직 업무경력이 적은 경우에는 헤드헌터들과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럴 때는 가까운 선배들을 통해 헤드헌터를 소개받도록 해보자. 그 선배가 당신의 direct manager가 아닌 이상에야 무리 없이 소개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소개를 받은 다음에는 헤드헌터 분들과 평상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본인이 원하는 회사나 업무의 job description에 대해 꾸준히 문의를 해보자. 본인의 resume, cover letter, introduction 등을 appeal 하는 것도 좋고, 요새는 LinkedIn 프로필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지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2) 구직사이트를 통한 지원

어느 정도 한국 지사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직원들의 입사/퇴사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또한 그때그때 한 두 명씩 recruiting 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공신력 있는 구직사이트에 공고를 내어 주기적으로 채용을 하기도 하는데, 다만 이 경우에 조심해야 할 부분은 만일 구인공고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지 않는다면 약간의 '허수'가 존재할 수 있고 (이미 채용이 진행 중이거나 최근에 끝난), 회사 입장에서도 head count를 reserve 할 목적으로 구인공고를 올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외국계 회사이다 보니 본사 외국인이 한국에 expat(주재원) 등으로 오는 경우도 많고, 또는 한국 내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바로 고용할 필요도 있게 되는데, 노동법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려면 해당 업무가 가능한 한국인을 고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서 외국인을 고용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해당 업무에 대한 구인공고를 구직사이트에 올려놓고 일정기간 searching 하긴 하지만, 애초부터 외국인을 뽑을 계획이었다면 이 공고는 허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참고: 이는 필자가 해외취업을 하기 위해 미국 등을 도전해보다가 현지 회사의 recruiter들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니, 혹시 한국 실정에는 이런 경우가 없다면 댓글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3) 고객사, 경쟁사, 협력사 등의 관련 회사에서 이동

앞에서 설명한 '헤드헌터를 통한 지원'의 경우, 주로 헤드헌터 분들이 평소에 자신의 인력 pool을 관리하고 있다가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적합한 사람을 주선해주는 반면, 이 경우엔 당사자 스스로가 해당 외국계 회사와 이미 어느 정도 관련 있는 업무를 하다가, 추후에 appeal 하여 이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필자가 처음 외국계 회사에 이직한 것이 바로 이 경우인데, 외국계 회사 입장에서는 이미 같이 일해본 (그래서 그 사람의 경력이나 업무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뽑게 되므로 위험부담이 적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입사 프로세스를 건너뛸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사실상 경쟁자가 없이 sole candidate 되는 게 대부분이다. 필자의 경우, 그 외국계 회사와 2년 정도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상황이라, 업무의 관련성이나 진행 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되어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로 기술면접과 영어면접을 건너뛸 수 있었다. 다만 이 경우에 단점은 전 직장과 다음 직장에서 본인의 입장이 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전 직장에서는 '고객사' 였다가 다음 직장에선 '협력사'가 되어서, 전 직장 동료들이 나의 '고객'이 되는 웃픈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대로 '협력사' 였다가 '고객사'로 가는 경우도 물론 있는데, 이 경우엔 보통 "아는 놈이 더한다"라고 험담을 하기도...)


4) 아는 지인의 소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지인의 소개'로 이직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이직을 하는 사람이나 소개를 하는 사람 모두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즉, 만일 이직하는 사람이 외국계 회사의 조직 문화에 적응을 못하거나, 반대로 소개한 사람을 믿고 채용했는데 당사자의 업무 능력이 너무 저조하다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지...... 따라서 당신이 구직자라면 '아는 지인'의 범위를 '당신과 최소한 몇 개월이라도 같이 일해봐서 당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만한 사람'으로 제한하는 게 좋으며, 당신이 소개를 하는 입장이라면 '정말 이 사람에게 문제가 생겨도 끝까지 믿을 수 있는지'를 잘 고려해보는 게 좋다. 다시 말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자신의 평판을 걸고 사람을 소개해주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소개를 부탁할 때에는 다시 한번 본인을 잘 되돌아보길 바란다. (하지만 요새는 지인소개로 구인하려는 경향이 좀 강해진 것 같은데, 아마도 헤드헌터를 통하는 것보다 지인소개로 구인하는 게 비용이나 위험요소가 적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소개해주는 사람은 소개비를 받으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5) 스카우트

만일 당신이 업계에서 누구나 다 알만한 능력자이거나 인지도가 높다면, 한 번쯤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될 것이다. (필자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므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겠다.)


6) 공채, 리쿠르팅 (University graduate), 산학연계

필자가 아는 한 아주 소수의 공채나 대졸 신입 리쿠르팅이 있긴 하지만, 이를 목표로 도전하기엔 그 수가 너무 미미한 것 같아, 여기서는 그러한 경우도 있다는 것 정도로만 이야기해두겠다.

산학연계 또한 이미 석박사 시절에 해당 회사의 지원을 받으며 재학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자. (필자도 경험해본 게 아니라서,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는 인터넷 검색해보실 것.)




(이 외에도 많은 경로가 있을 것이므로, 혹시 추가로 아시는 분은 댓글에 업데이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일 테고, 당장 Google에 검색해봐도 엄청나게 많이 검색되는 내용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게 설명한 이유는,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그 이유는, 한국인으로서 한국 회사와 외국계 회사를 접근하는 관점이나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대졸 취준생이 한국 회사에 입사하려면, 학점관리하고 TOEIC이나 OPIC 점수 따고 어학연수 다녀오고 인턴/봉사활동 경력 쌓고...... 등등의 이른바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지만,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려면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이유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스펙'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외국계 회사를 입사하기 위해서는 '스펙'보다는 '업무능력'이나 '경력'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 경력사원을 뽑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왜 '업무능력'이나 '경력'이 중요한지는 잘 설명하지 않는 것 같더라.)


여기서 말하는 '업무능력'에는, 단지 내 TOEIC 점수가 얼마인지, 내가 MS Office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 외국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봤는지 등의 단편적인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 얼마나 빨리 친해질 수 있는지, 나의 의견을 얼마나 확실히 관철시킬 수 있는지,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의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은 있는지 등의 복합적인 능력까지 포함된다. 여기에 더불어 지원하고자 하는 곳이 외국계 회사이므로, 영어능력을 고려하자면 이런 식이 되는 거다.



새로운 외국인들과 얼마나 빨리 친해질 수 있는지, 나의 의견을 외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확실히 관철시킬 수 있는지,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의 과제를 영어로 추진할 수 있는 힘은 있는지...



자... 여기까지 오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한국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도 어렵고 힘든데, 외국계 회사에선 몇 배로 더 힘들겠네”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사실 맞는 말이고, 정말 힘들다. 그리고 회사도 이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경력사원만 뽑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언어도 문화도 사고방식도 다른 사람들끼리 뒤섞여서 업무를 조율하고 과제를 진행하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외국계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아서 훈련시켜서 현업에 투입하겠다는 생각을 잘 안 한다. 사실 그럴 시간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너무 어렵다고만 생각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이것도 딱 정해진 답은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고 절실하게 매달리느냐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쉽게 입사할 수도 있고, 또는 어렵게 겨우겨우 입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외국계 회사를 꼭 다녀야 하는 명분과 그에 대한 실리적 이득을 반드시 검토하자는 점이다. 그냥 '한국 회사의 기업문화 (야근, 회식, 회의 등등) 가 싫어서'라든지, '연봉이나 좀 올려보려고' 한다면, 정말 눈물 쏙 빼도록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다음 글에서는 "외국계 회사를 입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글을 적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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