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온다.
가는 여름을 더 빨리 보내려나?
걸어서 십분 남짓의 출근길.
편평해 보였던 길에 웅덩이가 생겨 빗물이 고이고,
고랑이 생겨 물이 흐른다.
내 걸음이 이렇게 씩씩했나?
평소와 다름없는 무심코 걷는 걸음,
아니 빗물이 튈까 더 조심스러운데도,
뒤꿈치를 타고 올라 종아리의 바짓단이 물에 젖는다.
이 비에도,
출근길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열심히 걷는 행인들.
출근하기 싫었던 사람들도 많이들 일어나서 나섰을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돌아간다.
매년 여름이면 이런 장대비가 오지만,
올 때마다 작년에도 이렇게 많이 왔나? 이렇게 성가셨나? 싶다.
사람이 변하나? 그 사람 원래 그랬었다. 몰랐나?
친했던 사람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 추억 얘기를 하고 싶어 반가웠다가도
헤어지고는 원래 그랬었지, 안 변했구나.
좋았던 일들, 모습들만 기억하고 있다가
만나서 떠올리게 되는 안 좋았던 추억들.
그래도 또 반가워서 만나러 간다.
살면서 오늘같이 한여름 큰 비가 내릴 때처럼,
사람사이에 웅덩이와 고랑이 생길 때,
성가시고, 나서기 싫을 때,
그냥 우산 들고 빗물을 튀기며 출근길 나서는 것처럼,
정말 미안하다.
많이 고맙다.
그래도 사랑한다.
한 마디 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