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향에 가는 날에 텃밭에 모셔다 드리는 것을 어머니는 제일 좋아하신다. 특히 수확을 해야 하는 가을이 되면, 머리통 만한 큰 호박도 몇 개 따고, 무도 몇 개 뽑고 해서 차 트렁크에 실어 오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하신다. 늘 좋은 차에 때 묻힌다고 차를 타실 때는 발도 탈탈 털고, 채소에 흙이라도 묻어 있으면 옆에 풀을 뜯어서라도 싹싹 닦으신다.
그 텃밭의 한켠은 아버지 살아 계실 때, 사슴을 대여섯 마리 키우기도 하던 곳이다. 아버지께서 교직에서 은퇴하시고, 십수 년을 그렇게 사슴도 키우고 농사(?)도 지으셨다. 텃밭 옆 농막에는 아직도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지난 주말 텃밭의 초입에 뜬금없이 금잔화 한 무리가 활짝 피었다. 길 한편 전봇대 옆에 맥락 없이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한없이 익은 노랗고 붉은 꽃들을 피웠다.
아... 아버지...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를 기다리며 한참을 그렇게 계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는 밭으로 가시고, 나는 한참 그 꽃들을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벌들이 붕붕거리며 꽃들을 부산스럽게 찾아주어 고마웠다.
2020년 10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