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각자의 방을 만드는 일

거실을 포기하고 얻은 것들

by 생활미감


우리 가족은 50년 된 구축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가장 먼저 '각자의 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들이 사춘기에 들어오면서, 서로 다른 생활 리듬과 감정이 충돌하기 시작했거든요. 거실 TV는 시. 나. 브. 로. 아무도 보지 않게 되었고, 함께 밥을 먹는 일조차 드물어졌습니다.


가족으로 살지만 각자의 섬으로 흩어지는 일상이 안타까웠습니다. 매일 타인의 이야기를 전하느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르게 살기로 했습니다. 넓기만 한 거실을 과감히 줄이고, 주방에 힘을 주었습니다. 누구도 침범하지 않는 방을 만들고,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되, 가끔은 식탁에 함께 마주 앉길 바랐습니다.


50년 구축아파트 그 넓은 거실을 안방과 합쳐 둘로 나눴습니다. 대신 거실은 응접실 정도로 작아졌습니다.,


40대 후반, 처음으로 온전히 갖는 나만의 공간. 결혼 후 오랜 세월 모든 공간을 남편과 함께 써왔지만, 이제는 '가족이면서도 홀로 서 있는' 미묘한 균형을 찾고 싶었습니다. 내 취향과 동선이 반영된 곳,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곳.


‘치킨‘을 시켜 먹는 밤이면 서로 다른 세계를 살던 세 식구가 하나의 식탁에 모입니다. 좀 웃기긴해도 그게 바로 우리 집의 리듬입니다.


오롯한 내 방의 큰 창, 난간도 생겼습니다.


매일 밖을 향하던 시선을 내려놓고, 이제는 안쪽을 향해
걷는 중입니다.

집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서, 비로소 시작하는 내 이야기.
최적의 동선,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디테일, 그 안에서 비로소 찾게 되는 일상의 여백들.


이것이 내가 발견할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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