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 관객 만들기 - 아즈마 히로키
사업하는 친구가 소개해서 읽게 되었다. 한국에서, 기획자가, 1인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아려움을 늘 토로하는 친구가, 알고는 못하는게 회사경영이라는 친구가 소개했다. 어쩌면 나와 C언니가 하려고 하는 일에 인사이트를 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일본의 철학과 비평가가 젊은 비평가가 모이는 곳을 만들고 싶다면서 시작한 회사가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서 출판, 공간운영,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강연 시리즈 등을 하는 기업으로 10년이상 성장해왔는지 회고하는 글이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의 경영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쓸 때는 경영자에서 물러난 이후다.
'경영' 현실에 대해서 얼마나 자신이 무지했었는지 너무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어떻게 갖가지 파고를 넘어 지금에 이르렀는지,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래서 경영철학과 이념이 먼저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그것이 생겨난다는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는지를 말하고 있다.
사업의 형태는 예전에 김어준이 대학로에서 공간을 운영하고, 강신주 등 철학자의 강의를 하며 사람들이 모이고, 그 강의가 온라인으로 전파되고, 그들의 책이 나오는 흐름를 떠올리게 한다. 디테일과 여러가지가 다르지만, 일반 인문학과 철학 독자들이 아닌 '대중'에게 대중의 언어로 그들이 보고싶어 하는 것을 바꾸는 욕망의 변형, 즉 지식의 전달이 아닌 '계몽'을 하고 싶어했다는 점에서도 유사점이 있다.
다만, 김어준의 팬덤은 '신자'에 가까운 배타성(적의 존재)이 좀 더 짙다고 느끼는데, '겐론'은 "긴장 관계에 있으면서도 줄곧 지켜봐주는 사람"을 '관객'으로 보고, 신자보다는 '약한' 연결을 만드는 팬으로서 "대사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고, 나와 다른 의견이나 관점을 지닌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결코 배제하지 않고 환영하는 열린 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겐론'의 작업이라고 한다는 점에서 좀 다르다. "겐론은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온라인 살롱과는 다르며, 여러 필자와 창작자가 공존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출판이든, 카페든, 스쿨이든 '상품'을 제공하여 상품을 사는 사람들이 '관객'이 되고, 이는 상품과 화폐의 등가교환을 통해 친구와 적이라는 이분법을 무너뜨리는 장사"를 한다고 말한다.
'겐론스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모든 문화가 관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양질의 관객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며 스쿨을 통해 전문가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객'을 길러지기도 하기 때문에, 강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재능 있는 창작자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뒷받침하는 비판적 관점이 있는 관객도 함께 키우고 싶다", "객석에 계속 앉아 있는 사람을 키워 나가는 것도 교육이 할 큰일이다"는 건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기도.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열망과 회사를 운영한다는 현실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문제와 해결, 실패와 우연한 연결과 성공 (이 우연성을 '오배송'이라고 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오배송'이다. "오배송-자신의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 전달되는 것, 몰라도 좋았을 것을 어쩌다 알게 되는 것- 없이는 유지할 수 없다"고 고백할 정도로 갖가지 시도들이 관객들에게 또는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오배송되어서 새로운 것으로 창발되는 과정이 없다면 회사는 계속될 수 없다는 점을 무척 강조한다.
또한 경영자가 되려면 경영활동(회계, 총무 등을 포함하여)을 알고 있어야 하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몇 번의 실패를 들며 강조한다. 경영자가 경영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러니까 전문경영인의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포함하여 여러가지 면에서 자신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 또한 자연스러우면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고, 초창기에 함께 한 동료가 새로운 경영자가 되어서 더 잘 되고 있는 것도 '오배송' 중 하나라고 한다.
또 재미있는 건 '올바른 것을 안다-->(생각한다)-->제대로 이해한다-->(생각한다)-->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라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사회변화가 일어나며, 여기서 "생각한다"는 오배송, 즉 잡담에서 생겨나고, 이런 잡담을 나누는 쓸모없는 시간이"합리적인 정보 전달보다 '생각한다'는 행위가 넘쳐흐르는 장"으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는 곳, 잘 모르겠지만 열정적인 곳"으로 '겐론카페'를 설명하는 것이다. "쓸모없음"에 대해서 요즘 자주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또 다른 예시가 주어져서 반가웠다.
프리랜서를 계속 할지, 주변의 권유대로 일단 사업자를 내야하는 것인지, 사업자를 내면 어떤 것을 할지 등을 생각하는 와중에 읽은 책이라서 다양한 상상을 하며 읽었다. 지금 당장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게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회사를 하게 된다면 다시 한번 떠올려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