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
어제 유투브 강의를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겠다'는 결심이 중요하다고 과학자가 말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하겠다는 결심이 불안을 잠재우고 불행의 행동과 사고를 반복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예전에 들었던 법륜 스님 강의와 같다. 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겠다'
조울증 진단을 받은지 2개월이 되어간다. 9월 18일에 받았으니까. 증상은 그 전부터 있었던 거고. 투약을 하고 식욕이 돋아서 2주만에 7키로가 찌고, 약을 바꾸고 줄이고 지금까지 총 10키로가 쪘다. 먹는 게 잡힌 건 약을 바꾸고, 지난주 상담을 하고 나서부터 시작해서 어제 오늘 좀 진정이 된 것 같다. 약의 사이드이펙트도 있지만, 불안을 감추기 위한 것도 있고, 그러다보니 혈당 스파이크 증상 때문에 더 악순환에 빠지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어서 먹는 것을 좀 더 조절하게 되었다. 원래 단 거를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는데 과자와 꿀 아메리카노, 홍초, 김밥, 샌드위치, 초콜렛 등을 달고 있게 된게 혈당 스파이크에 빠져서인 것 같다는 말에 좀 더 구체적으로 먹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 리스트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병가를 내면서 낮잠을 잘 수 있어서 먹는 거를 좀 더 조절할 수 있기도 했다. 먹는대신 자는 걸로 풀 수 있어서.
어제 밤에는 수면제를 깜빡하고 안 먹어서, 새벽에 깼을 때 먹었더니 오전 내내 잤는데, 작은 언니가 데리러 와서 가서 점심먹고 같이 산책하고 이야기하고 오니까 기분이 좀 더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은 운동 선생님 만나는 날이라서 만나서 운동과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도 물어보고 좀 더 몸을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편이 오늘 적어놓은 컨디션 일기를 보니 내가 어제부터 좀 더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도 어제는 기분이 괜찮았다. 병가가 끝날 때까지 컨디션이 안 돌아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주 오래 전에 추천받은 앱중에 '런데이'라는 앱이 있다. 사랑이와 산책하는 것으로 그동안 걷는 것을 대체했는데 그것 말고 나만을 위한 걷기 내지는 달리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조증삽화 때는 격렬한 운동을 하루종일 하고 싶을 만큼 몸을 가만히 있지 못해서 새벽에도 잠에서 깨면 운동을 했는데 이번에는 2주 동안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동안 만들어놓은 루틴 중에 운동은 포함되지 않았던 거다. 이제 운동 루틴을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상담 선생님이 병가 동안 너무 늘어지지 않게 하루 일과표를 만들어서 생활해보는 것을 권했는데 병가 동안이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생활계획표를 짜야할 것 같다.
남편을 만나기 1년 전에는 1년동안 필라테스를 50회 이상 갈 정도로 열심히 운동을 다녔다. 그 때는 상담도 1주일에 한번 받을 때였고, 뭐든 하던 때였다. 어쨌든 몸 건강, 마음 건강 모두 운동이랑 연결되는 것 같다. 연애하면서 운동에 게을러지기는 했었는데, 그래도 힘든 시기마다 운동을 했던 것 같다. 다시 운동을 루틴으로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더 이상 나에게만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아서 예전처럼 필라테스 이런거 말고(이미 운동 선생님이 오시는 것만으로 충분히 돈을 쓰고 있어서)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루틴을 잡아보고 싶다.
우리 집 가훈은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이었다. 예전에는 가훈을 써가는 숙제가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과 너무 다른 가훈에 갸우뚱 했었지만, 정말 좋은 가훈인 것 같다. 몸을 쓰는 게 예전같지 않으니까 덜컥 겁이 나는 순간도 있다. 이러다가 못 움직이는 순간이 오면 어떡하나 하고 말이다. 몸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잘 쓰다보면 정신도 잘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조울을 오가는 가운데 좋은 점은 이런 것 같다. 컨디션이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올라가면 올라가는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각성하는 바가 다르다. 놓치지 않고 잘 기록해두었다가 일상의 루틴을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겠다는 결심이 오늘은 운동을 하자는 결심으로 번졌다.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몸도 마음도 잘 컨트롤하고 싶다. 오늘은 조증에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