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생존기] 루틴을 만들어 나가는 법
하루 컨디션 일기(이벤트와 컨디션, 감정), 감사일기, 칭찬일기, 반성일기, 하루의 테마, 꿈일기, 식이일기, 운동일기. 식이일기는 수시로 쓰고, 나머지는 저녁 세수하고 로션과 크림이 흡수 되는 동안 쓴다.
식이일기와 운동일기는 이제 일주일 되어간다. 운동선생님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오늘 처음 피드백 받았는데 식이일기 피드백에서 빵! 터졌다. 먹으면 안 되는 것에 줄이 쫙! 그어져있다. 하루동안 정말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간단위로 계속 쓸 것이 생긴다. 처음엔 분단위로 쓰다가 시간단위로 바꿨다. 너무 쓸 것이 많아서 아연실색! 운동일기는 선생님과 운동 루틴을 만들고 싶다고 상담을 거친 후에 선생님이 일단위로 내주는 숙제를 하고 운동하면서 느낀 몸의 변화와 감정에 대해서 쓴다. 아침 운동은 계속 늦게 일어나서 못하고 저녁에 붙여서 했다. 저녁운동은 세수하고 일기쓰는 루틴에 붙여서 하니까 그래도 빨리 안정화가 되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건 불규칙하고, 한 동안 일찍 일어나더니 거짓말처럼 아침 운동하려니까 그 날부터 늦게 일어나기 시작해서 못하고 있다. 아침 루틴을 만드는게 고민인데 그럴려면 저녁에 자는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하다가 보면 일찍 자야 11시, 12시에 잠 드는게 보통이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뭘 하는게 쉽지가 않다. 보통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저녁먹으면 8시, 치우면 9시, 사랑이 산책이라도 시키면 10시, 씻기고 말리면 11시, 딴짓 좀 하다보면 12시다. 아침 루틴이 있는 사람들은 10시면 자는 것 같던데 이 부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내 목표는 11시에는 잠들기인데, 신랑과 의논을 좀 해봐야겠다.
감사일기, 칭찬일기는 하루 각 3가지씩, 반성일기와 하루의 테마는 한가지씩 쓰니까 쓰는 시간은 정말 짧다. 보통 감사일기의 정서적 효과가 뛰어나다고들 한다. 정서적 효과가 뛰어난지는 모르겠어서 (대신, LG 3차전 때, 처음 역전하고 'LG가 역전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썼는데, 역전승해버렸다. 우왕~!) 상담사에게 물었더니, 감사한 내용에 푹 잠겨서 잠시 그 느낌을 깊이 들이마시는 연습을 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칭찬일기도 마찬가지. 오늘 하루 평안하게 보낸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고 쓸 때도 있다. 반성일기는 주로 너무 많이 먹는다거나 운동 언제 할거냐는 이야기로 채워지고, 하루의 테마는 그 날 대화를 나눈 것 중에 인상 깊거나, 강하게 스쳐간 나와 관련된 생각을 쓴다. 휘뚜루 마뚜루를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닌 건 알지만, 그런 느낌으로 쓰고 있다. 간단간단하게. 그래도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꿈 일기는 한창 꿈 꿀 때는 새벽에 중간중간 일어나서도 쓰고 그랬다. 꿈이 총천연색에 4D를 능가하는 꿈이라 상담받을 때 분석받는데 내 무의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꿈이 워낙 디테일하고 휘양찬란해서 쓰기가 귀찮을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쓰다보면 나도 재밌어서 쓰게 되는데, 최근에는 꿈을 별로 안 꾸고 있다. 좋은 건데 좀 아쉽달까.
컨디션 일기는 중간중간 추가하기도 하지만 주로 저녁에 쓴다. 7월부터 썼으니까 5개월째다. 이제 일기 쓰는 건 부담없이 하고 있다. 나의 바램은 이렇게 부담없이 운동도 하고 책도 보고 필사도 하는 일상을 채워가고 싶다. 우울증이 와도 조증이 와도 루틴이 된 일은 빠트리지 않고 하는 걸 보고 루틴에 온통 관심이 생겼다.
사실 회사도 그래서 다닌 건데. 우울증 환자에게는 루틴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회사를 그만 못 둔 것도 큰데. 회사말고 다른 루틴이 생기니까 회사를 그만둬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달까. 나 회사 그만두고도 내 생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관건은 이제 아침 루틴을 만드는 건데. 그러면 하루를 일정하게 시작하고 일정하게 닫을 수 있으니까 훨씬 안정감을 가질 것 같은데. 누가 아침 루틴 만드는 법 좀 알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