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를 먹어도 2시간 반마다 깼다. 그래도 바꾼 수면제는 잠이 빨리 들어서 좋았다. 잠에 들기 싫은 이유가 너무 오래 뒤척여야 해서, 그 시간이 너무 외롭고 싫어서 잠에 들기가 싫어졌는데 빨리 잠에 드니까 잔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다. 그렇게 잔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주니까 밤에 좀 더 마음이 편해졌다. 요즘에는 저녁에 그이와 플랭크 30초 10세트를 같이 하고 잠에 든다. 나는 그 외에도 운동 숙제를 한가지씩 더 하고 잘 준비를 하는데, 확실히 운동을 하고 나서 중간에 안 깨고 잘 자고 있다. 꿈도 원래 총 천연색으로 꿨는데 꿈도 짧아지고 푹 자는 것 같다. 왜 모두가 그렇게 운동을 권하는지 알 것 같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면 꽤 피곤해서 아침에 늦잠을 잔다는 것. 게다가 나는 지금 병가 중이기 때문에 정말 피곤할 때나(운동 수업을 한 다음날이나, 숙제를 많이 한 다음 날), 집에서 특별히 미션이 없는 날에는 막 오후 5시 반까지 잔다는 걸 빼고는 괜찮다.
조증이 있을 때는 잠에 쉽게 들어도 자주 깨고 깨서 잠도 오지 않고 자기 싫어서 막 서너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대여섯시에 일어나는데 그러고 나면 수면이 모자라서인지 하루 종일 뭔가를 먹을 때가 많다. 순간의 불안함때문에 계속 먹기도 하지만, 겪어보니 수면 때문인 것 같다. 밤 샌 다음날 많이 먹게 되는 것처럼. 수면이 잡히니 식욕도 어느정도 잡히고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많은 시간을 자는 편이다. 잠이 갑자기 확 늘어서 종일 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물론 불면으로 밤을 새우는 경우도 많지만, 우울 때문에 생각이 많아서 불면이 오고, 불면이 이어지면 우울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꽤 오래 전에 이틀에 한번 잘 정도로 잠을 못 잤는데 그 때 병원을 찾아서 불면 치료를 했더라면(그 때 아주 안 한 건 아니었는데, 본격 치료는 아니었다) 우울이 좀 덜 깊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어쨌든 우울이 찾아들면 조증 때와 달리 잠이 많아진다.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다가 하루가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의 잠은 운동에 적응하느라 몸의 피곤을 풀려고 자는 느낌이다. 오십견이 좋아지면서 운동이 다양해졌고, 팔을 휘저으면서 하는 운동을 해보니 활기차지는 느낌이 든다. 신기하다. 그냥 몸을 조금 다르게 쓰는 것인데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이. 운동을 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10세트를 한다치면, 처음 5세트 가기까지가 그렇게 힘이 든다. 근데 5세트를 넘기고 나면 이제 해야할 세트가 줄어들 일만 남았으니 마음도 가벼워지고 호흡도 안정되기 시작해서 운동을 끝낼 힘이 생긴다. 어제도 2분 달리고 2분 걷는 걸 6세트 했는데 3세트까지는 죽을 것 같더니 4세트부터 조금 안정이 되었다. 운동은 매번 그런 것 같다. 시작이 어렵지, 중반을 넘어가고 나면 끝낼 수 있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나 싶기도 하다.
잠을 많이 자는 것과 잘 자는 건 물론 다르다. 최근에 많이 잘 때는 피곤을 풀려고 자는 거였고, 우울해서 잠을 많이 잘 때는 물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으로 많이 자는 거였다. 잠을 잘 자니까 기분도 안정되고 좋은 것 같다. 요즘은 온통 잘 먹는 거, 잘 자는 거, 잘 운동 하는 거에 매달려있다. 일을 쉬니까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계속 놀아도 되나, 우리 신랑은, 우리 동료는 같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도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싶은 마음이 한 구석에 있다.
하지만 신랑이 말했다.
"아니에요. 나는 자기가 조금씩이라도 좋아진다면 지금 이 시간들이 값지다고 생각해요. 자기는 지금은 좀 놀고 쉬어야 하는 타이밍인 것 같아요."
좋은 신랑이다.
운동을 하니까 온 몸이 뻐근하다. 돌아가면서 근육들이 '나 여기 있어요'하고 소리를 낸다. 그래서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인생은 고통이라고 하는데, 몸이 느끼는 약간의 고통들이 내가 '여기 있어요'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맞는 것 같다.
어제는 거진 10년만에 뜀박질을 한 건데, 뛰고 나니까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운동 선생님이 그랬다. 뛰고 나서 심장이 아플정도로 뛰면, 심장 뛰는 느낌에 '내가 살아있다' 몸으로 느끼게 된다고. 나도 그런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아직 그 정도 깨달음은 못 느꼈지만, 조금씩 나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잠이 중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감정과 식욕 등 행동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어서 좋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빼먹지 않고 해야겠다. 너무 자는 건 차차 적응시켜 나가기로 하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는 밖으로 나가라고. 어떤 외국의 나이많은 리더는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무조건 운동복을 입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걸 자동화시켰다고. 아침마다 운동을 수십년을 했지만, 늘 갈등이 생기기 때문에 일단 운동복을 입는 것을 자동화시켰고, 그래서 운동을 한다고. 한 여자 연예인은 아예 운동복을 입고 잤다고도 했다. 유해진도 날마다 뛰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일단 운동화를 신으면 벗기 귀찮아서 나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어떤 부분을 자동화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스스로의 일과를 잘 살펴보고 끼워넣어야 한다. 아침 루틴 만들기가 쉽지가 않은데 그런 자동화 시스템을 언제 어떻게 끼워넣을지 나도 고민이다. 남은 휴가 기간동안 다시 들어와서 자더라도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러 밖으로 나가는 걸 해야 할지, 무조건 유투브를 틀고 요가를 따라하는 걸 해야할지 정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아침 일찍 일어나려면 저녁에 일찍 자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서 생활에 변화를 조금씩 줘야 한다. 정해진 순서대로 아침을 시작하고 저녁을 마무리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운동할 나. 미리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