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나 자신

[우울증 환자 생존기] 병가의 끝을 앞에 두고

by 강마

중간에 플젝 때문에 하루 나가긴 했지만 거의 3주간의 병가를 마쳐간다. 이번주 토요일과 다음주 월요일에 플젝 행사가 있어서 나가고, 중간 마무리 하려면 몇 일 더 나가야할 것 같다. 토요일에 회사에 간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되는지 회사와 관련된 꿈을 계속 꾸고 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어리석음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이렇게 나약한, 정말 쿠킹호일만큼이나 쉽게 상처받는 영혼이라니 믿고 싶지 않지만, 지금의 내가 실제로 그렇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플젝은 역시나 잘 진행되고 있다. 신청자도 많고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준비회의도 하고 함께 일하는 어시스트 친구가 잘 해주고 있어서, 비록 병가 중에도 온라인 회의를 하고 계속 카톡을 하고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회사와 관련된 꿈을 두 개나 꾸고 나니 마음이 또 산란하다. 주어진 틀 안에서 최대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서 하고 있는데도 이렇게나 부담이 된다니, 그 동안 나는 얼마나 큰 하중을 받치고 있었던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병가는 게으르고 나른하게, 그 안에서 건강한 루틴을 찾는 것에 집중하며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앞으로 나흘이나 남은 일에 이렇게나 힘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오늘은 눈이 멀어버리는 꿈이었는데, 나는 '내가 이 회사에 계속 다니면 눈이 멀어지는 것인가?' 생각했고, 신랑은 '신경쓰지 말라는 뜻인 것 같은데'라고 해석했다. 참 다른 두 사람. 눈을 감아버리라는 뜻일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눈이 머는 와중에서도 어떻게든 보려고 애쓰던 순간의 나를 생각하며.


어떤 일을 해도 성격상 완벽에 가까워야 해서 마음의 하중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예민하고 날카로워서 일은 잘 되는데 나는 건강하게 일하기는 어려운 타입. 그럴려면 몸과 마음의 근육을 잘 키워야 하는데 그게 종착지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과정마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받는 느낌으로 근육을 키워가게 된다.


운동을 해보니 뭐든 절반까지는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 절반을 넘어서면 끝을 보고 달려가게 되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버틸 힘이 생기는데, 마음의 운동은 어디가 절반인지, 끝인지 알 수 없어 매번 고통의 양 끝점을 오르락 내리락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평안함을 찾아서 사람들은 명상을 하고 일기를 쓰고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 같다.




상담에서 감정수용하기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의 지금 이 나약한 상태를 현재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좀 더 단단한 멘탈이 되기위해 흘려보내는 연습도 해야겠다. 평안한 일상에 물결이 치는데 물결을 멈추는 방법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밖에 없으니, 그냥 내 상태를 바라보기로 한다.


그래도 내게는 사랑이도 있고, 늘 지지와 응원을 해주는 남편도 있고, 가족들도 있으니 또 하루 잘 지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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