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 가고 싶어요

[우울증 환자 생존기] 상담은 친구를 깊이 만나는 기분이에요

by 강마

2주 간격으로 가던 상담을 한번 건너뛰게 되었다. 성당에서 받아들임 미사를 참례해야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가던 상담을 한번 빼먹었을 뿐인데 상담이 엄청 기다려진다. 병가를 내고 집에 있으면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다. 가족과의 만남이 주를 이루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한명 만났다.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사랑이랑 지내고 산책하고, 성경필사하고, 글쓰고, 끼니 챙겨먹고, 운동하는게 다이다. 친구 부부와 함께 5년 후에 만남을 기약하고 한달에 한번 짝꿍에게 책이나 영상같은 콘텐츠를 추천해서 보고 글을 쓰기로 약속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그것 말고는 홈쇼핑 보고, 온라인으로 장보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정도가 다이다. 병가가 3주째에 접어들었고 내일부터 다시 회사에 나가게 되었는데, 상담이 가고 싶다.




상담을 하고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이 정말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상담이 필요없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에게 나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우울증 환자들은 나의 우울이 타인을 지치게 해서 상대방이 떠나갈까봐 더 꺼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한 두번이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으나, 몇 년을 그렇게 하면 상대방도 지칠 수 있다. 친구를 만나서 힘과 에너지를 얻고 즐거운 감정을 얻고 싶지, 기운 빠지는 내용을 계속 들어주고 위로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상담을 간다.


상담을 다녀와서 상담한 내용을 제일 좋아하는 언니에게 반복하기도 한다. 이러저러한 내용으로 상담을 했다고. 하지만 그럴 경우, 언니의 부담감이 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번 위로를 받고 내가 답을 찾은 내용을 말하는 것이니까 언니의 공감과 조언에 부담감이 좀 적지 않을까?


상담에서는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어서 좋다. 나의 치부를 드러내도 그 말이 누군가에게 새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일종의 대나무숲인 셈이다. 이렇게 상담사와 라포를 형성하기까지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상담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 두번째 상담이라고들 한다. 처음엔 어떻게 가지만 두번째 내 이야기를 하려고 재방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같은 상담사에게 지금 8년째 가고 있지만, 주변에서 상담을 지속하는 경우, 몇 번 상담사가 바뀌기도 한다.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모든 일에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그 8년 사이에 상담을 하면서 나를 이해하는 지점들이 늘어나고, 나 스스로를 믿고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결혼해서 결혼생활도 도움을 받으면서 잘 지내오고 있다. 중간에 드물게 상담을 간 기간도 있지만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상담사와 상담을 받는 내 자신을 더 신뢰하게 되었다.




내가 상담을 받는 8년 사이, 상담과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요즘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 처음에 상담을 매주 받으러다니는 동안에는 병원에 치료받으러 간다고 했지, 상담을 한다고 회사에 굳이 말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늘 몸이 아팠기 때문에 병원에 다니는 일은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도 굳이 내가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고 알리지도 않는다. 그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를 보내면서 뭔가 무료하게 지내고 있는 시간에 상담이 가고 싶어졌다. 내가 사는 이야기도 하고 깊은 공감과 이해를 받으면서 내 자신을 더 잘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남편의 추천으로 모리 슈워츠의 책을 읽고 있자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관계를 가져가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읽다보니 더 상담이 그리워졌다.



아직도 상담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자신과 맞는 상담사를 찾아서 인생의 친구, 동반자를 한명 더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 상담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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