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대는 아름다운가?

나에게 선물하는 산문집

by 윤호준

글쓰기 소재에 대한 상세 정보를 확인하려고 Na***에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검색했다가 그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의 제전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1957년에 첫 대회가 열린 후, 한 해도 빠짐없이 여전히 개최되고 있었고,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회를 강행했다'라며 홈페이지에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검색을 시도한 이유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어느 해까지 열리다가 종료되었는지 그 연도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인권단체나 여성 단체에서 언제부터 대회 폐지에 대한 국민적 캠페인을 시작했는지 혹은 대회 폐지의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등의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내 예상은 놀라운 착각이었다. 와우! A.I. 로봇이 출현하여 실제로 산업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시대에 이런 원시적인 '미인 선발대회'가 존속되고 있다니, 큰 충격이었다.


실제 이 글의 첫 도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스코리아를 선발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것도 진. 선. 미를 구분해서 수영복 심사 및 드레스 심사 등의 절차가 있었고, 해마다 국민들의 관심 속에 국가적 이벤트로 진행되었다."였다.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TV, 신문, SNS 등 언론 미디어의 해석이나 평가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듯이, 어쩌면 '미'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 또한 상당한 영향을 받아왔다. 본디 '예쁨'과 '잘생김'이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해야 정상인데, 조각품처럼 잘 다듬어진 몇몇 샘플을 내놓고 '이것이 미의 기준이다. 이것이 아름다움의 근본이다.'라고 유도하고 세뇌시켜왔다. 그래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인 저마다의 '개성'이 없어지고, 모두가 인공적인 '샘플'을 닮아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90년대쯤 언론을 통해 미스코리아 선발 결과를 접하고선, '어, 이상하네. 참 이상하네.'라며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었다. 대부분 예상외의 독특한 페이스가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원래 '미모'의 기준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정할 수 없기 때문 아닐까? 대회에 참여하는 심사위원의 안목과 취향에 따라 다르고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수천만명의 후보들 중에 진. 선. 미+@라는 몇 명의 미스코리아를 선발한다는 것이 얼마나 원시적인 생각인가? 미인대회는 이기적이고 치욕적인 이벤트다. 왜 심사위원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에 가장 근접한 이들에게 '미인'의 트로피를 안겨주느냐 말이다. 생각할수록 코미디다.


모든 개인은 그 인품, 외모, 성격 그리고 신체적 특성까지 모두 다 존엄의 대상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공장의 주조 틀에서 찍은 공산품들을 제외하고, 생물 중에서 똑같은 존재가 있는가? 모든 생물이 각각 다른 데, 그중에서 더 아름다운 것이 있고 덜 예쁜 존재가 있을 수 있는가? 그래서 아름다움은 시대는 물론이고 환경과 문화에 따라 바뀐다. 조선시대의 미인도를 보라. 중세의 인물화를 보라. 그때의 미인이 오늘의 미인이 될 수가 없고, 오늘의 잘생김이 미래의 잘생김과는 정말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의 기준이 달라질까? 실제로는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표면적인 아름다움은 실제로는 매우 미세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진정 누가 더 아름답고 누가 덜 아름다운지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개인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미'의 기준은 다르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부지불식 중에 개인의 미적 감각에 영향을 준 요소들 또한 다양하다. 젖먹이 시절에 보았던 엄마의 신체적 스타일 그리고 목욕탕에서 보았던 아빠의 몸매 등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또 가족이나 보모 혹은 산책길에서 자주 만나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도 상당 부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들이 모두에게 동일할 리가 없으니, '미적 감성'은 천차만별이다.


또 유년기부터 학창 시절까지 어떤 것을 보았으며 또 어떤 것에 감동했는지에 따라 그 기준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는 순정만화의 환상에 젖어 마른 체형의 미소년에 매료되어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홍콩 무협영화에 빠져서 근육질 몸매를 이상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청소년기의 첫사랑을 느낀 상대방의 이미지에서 '미'와 '멋'에 대한 큰 기준이 결정될 것이다. 우선 초등학교 고학년에 만난 교생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 등이 '기준 설정'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첫사랑'이다. 그것이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흠모'의 대상이었든 아니면 뭔가 의미 있는 관계였던지에 상관없이 첫사랑의 이미지는 평생 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 그대의 첫사랑을 생각해 보라.


이 시대를 컴퓨터 미인 혹은 성형미인 세상을 만드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바로 미디어다. 마치 그들이 장난감이나 조립품인 듯 미의 기준을 수치화하기 시작한 순간 거리에는 비슷하게 생긴 조각된 미녀들이 넘쳐나고 있다. 처음에는 '푸후'하며 웃어넘겼지만, 이제는 거리에 나가면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나 '세월'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다 드러난다. 성형수술의 흔적 그리고 보톡스의 부작용 등이 늙은 얼굴에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해가 갈수록 괴물이 되는 것이다. 수술이나 화장 등 인공적인 조치로는 숨길 수 없는 주름, 흉터 등이 나이에 비례하여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얼굴의 생김새나 체형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혹여 그것들이 영향을 준다고 해도 그것은 5%도 안 되는 매우 미약한 것이다. 결국 아름다움은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완성되는 예술작품인 것이다. 얼굴 모양, 손발의 움직이는 선, 목소리의 톤, 다양한 표정들, 반응하는 자세, 세상을 향한 마음 씀씀이, 살아온 날의 경험들, 내 안의 양심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아주 천천히 만들어지는 '유일무이한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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