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물하는 산문집
사람은 개인적으로 보면 모두가 착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평생 거짓말도 한번 안 할 것 같고 악한 행위와는 담을 쌓은 듯하다. 게다가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인내를 기꺼이 감내하던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영원히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기도 하며 급기야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는 종교인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교육자도 마찬가지며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나는 한 생명이 탄생하여 소멸할 때까지 하나의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 건너가는 경계에 어떤 게이트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자면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고속도로의 톨게이트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게이트웨이에서 바로 직전의 삶에 대한 심판의 절차가 진행될 거라 생각한다. 그 심판은 어떤 이에게는 단순한 통과의례 정도로 가벼울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참혹한 검증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부연하자면, 이승에서의 크고 작은 잘잘못에 대한 누적된 종합 스코어를 본인에게 공개하고 그에 따른 '상'이나 '벌'을 받는 과정인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 삶에 대한 평가 결과로 주어지는 상은 다음 세상에서 부여받는 특혜다. 그 혜택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삶의 보장이다. 그리고 그 자격을 가름하는 기초자료는 착한 마음 혹은 올바른 정신 등이다. 그 반면에 직전의 삶에 대한 벌은 다음 영역으로 가기 전에 모두 감당하고 넘어가야 할 고통이다. 그 운명의 시간은 짧게는 1~2초가 될 수도 있고 죄의 양과 질에 따라 365일을 초과할 수도 있다. 끔찍한 일이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쉬지 않고 고통스러운 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세상이 존재하지 않고 현생을 끝으로 소멸하는 생명은 그 죽음 직후에 마지막 심판이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네 생명은 살아갈수록 신비하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특히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우주에서 가장 운수 좋은 생명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소중한 생명이 우리에게 그저 공짜로 주어지는 특혜만은 아닐 것이다.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후보자들 중에서 지금의 우리가 선택되어 태어난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행운을 얻어 이 땅에 태어나 먹고 놀고 웃고 사랑하고 즐기는 혜택을 모두 누렸는데, 그 삶에 대한 평가도 없이 그냥 넘어갈 리가 있겠는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누군가를 힘들게 했다면, 그 누적된 페널티만큼의 죗값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스코어의 카운팅은 일단 마음속에 있는 나쁜 생각부터 출발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조하거나 실제로 누군가를 직접 죽였다면 그 벌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처절할 것이다.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이 게이트웨이의 관리자는 신이 아니다. 게다가 막강한 힘을 소유한 생명체는 더욱 아니다. 그러니 이승에서 살아온 습성대로 게이트웨이의 상과 벌 스코어에 대해 조작이나 타협을 시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시스템에게 명령을 한다거나 혹은 아부를 한다거나 협박을 하는 일들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누구든 열외 없이 평생 동안 누려왔던 그 감각을 통해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그 운명의 바스켓에 이슬방울이나 혹은 눈물방울처럼 쌓이게 되는 것일까?
먼저 눈물방울이 생성되는 기본적인 행위는 거짓말이다. 스코어에 가장 영향을 크게 주는 요소이다. 최초의 거짓말을 누가 생성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누구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재전달되고 확산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미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영향까지 카운트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동 및 노인학대 그리고 학교폭력과 여성 폭행 등이 큰 영향을 준다. 이는 단 한 건이라도 발견되면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엄격한 정신감정을 통과하고 완벽하게 치유를 해야만 다음 삶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살인을 방조하거나 직접 살인을 저지른 자는 그 희생자에게 원래 부여되었던 삶의 크기만큼 극한의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니 어떤 이들은 생명이 소멸할 때까지 그 게이트웨이에서 벌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이슬방울의 기본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 사랑은 보통 누군가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이다. 그 대상이 가까운 지인이든 아니면 TV 속 먼 나라의 모르는 사람이든 그의 성공과 건강을 응원하는 마음 말이다. 그리고 남몰래하는 선행에는 특별 가점이 있다. 공개된 선행도 좋은 점수를 받게 되지만, 남몰래하는 선행은 두 배 이상으로 포인트가 누적된다. 마지막 예는 이 땅의 모든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물리적인 액션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극정성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리는 일도 동일한 가치로 카운팅 된다. 특히 생명을 구하게 되면 그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세월만큼의 보너스 생명을 얻는다. 그것도 젊음으로 말이다.
우리의 삶이 다음 삶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어떤 심판의 게이트웨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베풀었던 착한 마음에 대해 합당한 특혜를 누리고 또는 저지른 크고 작은 죄에 대해 응당한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생명이 참으로 신비롭고 고귀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개개인이 게이트웨이의 존재를 모르기에 선택의 기로에서 나쁜 생각과 나쁜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미리 알고 인정했으면 좋겠다. 우리 생의 끝에는 완벽하고 절대적인 심판 시스템인 운명의 게이트웨이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P.S.
이 내용은 종교, 정부, 지자체, 학교와는 전혀 무관하며,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 끝에 게이트웨이가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출발한 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