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0-3. 검찰놀이

50대에 다시 시작하는 시

by 윤호준


검찰놀이


마음만 먹으면 하나님과 부처님도 기소 가능

화려한 법기술로 선과 악을 확정한다

차라리 옷을 벗지, 과오에 대한 바로세우기는 없다

그 잔혹놀이의 타깃이 되면 어떤 생명이든 예외 없이

광장 위의 딱정벌레가 되어

납작하게 짓밟힌다



출발은 일제강점의 형사제도

국가보안법으로 날개를 달고

형사소송법으로 칼날을 쥐고

정권은 칼집 뒤에 숨어 그 춤사위를 구경해 왔다


그렇게 120년

서슬퍼런 곤봉으로 망나니들을 양성하고

해괴한 칼춤은 마마처럼 방방곡곡에 창궐했다

그렇게 인권이 생계의 뒷골목에서 뒷짐질 때

회사의 감사실이 검찰놀이를 흉내내고

교실의 학생들이 검찰놀이를 따라했다


우리는

아뿔싸... 우리

일제의 참을 수 없는 치욕을 수십년 겪고서도

군사독재의 뼈저린 고통들이 아직 생생한 채로

검찰놀이에 휘둘리고 길들여져 벌벌 떨고 있었다

더불어 점점 닮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웃이 이웃을 감시하고

동료가 동료를 의심하고

후배가 선배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아, 대대적인 슬픈 유행이었다.


그러니

이웃이 조사받는 것에 속으로 히죽대고

동료가 해직되는 것을 묵묵히 방관하고

선배가 잡혀가는 것에 돌아서 안도하는

참, 대대적인 아픈 혼란이었다


한반도의 모든 조직에서

검찰놀이가 기승하던 21세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온 대한민국에는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악의 체념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사이를

세대와 세대의 사이를

통째로 휘감고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81. 존재 자체가 감동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