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존재 자체가 감동이야

나에게 선물하는 산문집

by 윤호준

21C의 모든 도시에서 살고 있는 동시대인들 중에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감동의 순간을 경험할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안락함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일이 제1의 가치로 일반화되고 또 고착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이미 전세계의 도시인들은 매우 비슷한 환경에서 매우 흡사한 루틴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다가는 개성이 더욱 없어질 AI 시대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대부분의 도시 구성원들이 특정 규격으로 표준화된 로봇처럼 일상을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들 정도다.




그럴수록 우리는 단조롭고 맹숭맹숭한 일상에서 자신의 영혼을 감동적으로 터치해 주는 특별한 이벤트들을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연스러운 관심 혹은 인위적인 계획을 통해 루틴한 일상을 나만의 특화된 것들로 채울 수 있도록 의지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 이벤트나 경험 혹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감동으로 승화되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 물론, 하루하루를 모두 다양한 감동으로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며칠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면 그 여운으로도 충분히 일상을 감동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들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너무도 다양하여 몇 가지로 특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별 성향에 따라 특정 아이템에 대한 감동의 정도 혹은 임팩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각 개인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각 아이템들에 대한 대략적인 우선순위를 정해놓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정리하여 공유하다 보면 공통적인 아이템들도 많이 발견되어 다른 사람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필자가 생각하는 일상의 감동 아이템들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내용을 참고하여 각자의 아이템들을 추가적으로 보완했으면 한다.




Item 1)

나는 어떤 다양한 상황에서 '좋은 노래'를 발견하면 적어도 한 달은 거뜬히 행복하다. 그 첫 만남의 순간은 어떤 유형의 카타르시스보다 짜릿하고, 그 감동의 여운은 적어도 한 달 혹은 몇 달 동안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달리 표현하자면, 마치 긴 탐험의 끝에 어렵게 보물을 발견한 탐험가의 눈빛과 사랑하는 이로부터 진심 어린 프러포즈를 받는 상대방의 벅찬 표정과 비슷할 것 같다. 그런데 탐험가가 그런 보물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가? 우리의 일생에서 사랑하는 이로부터 자주 프러포즈를 받을 수 있는가? 그러나, 다행히도 음악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도 다 경험하지 못할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문화예술 분야는 감동을 위해 얼마나 좋은 아이템인가? 실제 내 생애에서 아프고 슬퍼서 흘린 눈물보다 기쁘고 감동스러워서 흘린 눈물이 더 많다. 여기서 언급한 '기쁘고 감동스러워서' 흘린 눈물의 대부분은 '음악' 때문이었다.



Item 2)

나는 훌륭한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책을 덮은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움직이질 못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경험한 것 같은 벅찬 전율이 몰려와 나를 한동안 꼭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또 인간을 이해하면서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책이 아니었으면 이 훌륭한 사상가들과 이 놀라운 작가들을 그리고 이 아름다운 천재 시인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었겠는가? 그들과 함께 동시대인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혹은 그들과 동족이었다는 것 자체로도 마음이 극도로 충만해진다.



Item 3)

나는 계획된 여행지나 혹은 우연한 초행길에서 자주 탄성을 지른다. '걷기 좋은 산책길'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현장 감동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공이 적절하게 조화가 되어 있는 산책길을 걸으면 내 걸음걸이로 인한 육체적 운동 효과보다 길을 맞이하는 정신적 감동 때문에 오히려 내 몸이 더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그 발걸음과 호흡을 동시에 멈추게 하는 웅장한 혹은 소박한 풍경들을 바라보는 감흥은 그 어떤 생활 속의 성취감보다 오래간다. 그러니 여행을 가면 나는 종종 단기 실종 상태가 된다. 아침 5시가 되면 어느새 숙소에서 사라져서 주변을 탐험하거나 산책과 명상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Item 4)

나는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식욕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쁘게 생활하다보면 그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대해 너무 등한시한다. 그러나 인생 내내 건강과 욕구충족을 위해 '잘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최근 들어 부쩍 식이요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물론 시중의 식당에서 사 먹는 음식들에 대한 불신도 한몫을 했지만 제일 영향을 준 것은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진정한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함이다. 어떤 메뉴를 먹고 싶어 하고 그래서 재료를 준비하고 또 그것을 직접 요리해서 식탁 위에 차리고 결국 차려진 음식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일련의 과정이 나에겐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잘 먹는 것'은 건강과 화목 그리고 행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오늘 저녁엔 된장짜글이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Item 5)

우리의 일상을 보다 재미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뜻밖의 칭찬이나 의외의 선물이다. 물론 그 칭찬은 지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 보는 낯선 이들에게도 가능하다. 식당에서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혹은 여행을 할 때나 관공서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모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칭찬은 많을수록 그리고 잦을수록 좋다. 그리고 칭찬을 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지만, 칭찬을 주는 내 몸에 미치는 잔잔한 긍정의 호르몬 발생 또한 작지 않다. 그러니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인 것이다. 더불어 지인들에게 의외의 선물을 주는 것은 그 효과가 몇 배로 나타난다. 우리의 주변에는 함께하면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면 그 상상 자체로도 내가 행복해진다. 그리고 아주 사소하고 작은 선물도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순간 갑자기 큰 선물이 된다.



Item 6)

우리는 바야흐로 문화예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주변 환경이 온통 문화/예술 콘텐츠로 가득 차 있다. 이럴 때 이 분야의 한 가지를 직업이나 취미생활 가진다는 것은 더없는 축복일 것이다. 새롭게 입문을 한 악기든 아니면 오랫동안 놓았다가 다시 시작한 악기든 상관없이, 나홀로 한 곡을 완주했을 때나 혹은 합주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엄청나다. 또한 사랑하는 이에게 쓰는 서정시나 일상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문체로 표현하는 에세이를 완성할 때의 짜릿한 감동은 어떠할까? 아마도 몇 년을 젊어지게 만드는 보약과도 같을 것이다. 더불어 심혈을 기울여 제작 중이던 동양화의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을 때의 그 전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사례들 이외에도 일상에서 감동을 느낄만한 아이템들은 차고 넘친다. 가장 좋은 예로 다양한 봉사활동의 실천이 있을 것이고, 어떤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활동도 있을 것이고, 아무도 모르게 수행해 온 정기적인 기부활동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선행들 그리고 정의 구현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절박한 대중집회 참여도 그 아이템들에 당당히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하게 얻어진 삶, 각자에게 행운으로 찾아온 삶, 다시 반복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이 삶을 무료하게 혹은 심심하게 보내지 말자. 더군다나 우리의 인생은 너무도 짧다. 무미건조하게 보낼 틈이 없다. 우리의 삶은 지금 이렇게 호흡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의 연속이니 말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감동이니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50-50-2. 이제 꿈을 그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