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0-5. 섬으로 가는 이유 2

50대에 다시 시작하는 시

by 윤호준


섬으로 가는 이유 2



선착장 가장자리 녹슨 블라드에 묶여

파도의 박동으로 넘실거리는 배

그 흔들림 위에

여태 내가 쌓은 결실들과

여전히 내게 남은 숙제들을 싣고 나면

이제 곧

배를 정박하던 녹밧줄이 풀릴 거다


생존의 비린내가 항구를 휘감고

북적대던 대합실 개찰구가 폐쇄되면

그리고

가보지 않은 방향으로 뱃머리가 고정되면

나는

기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달릴 거다

저기 저기

인연이 닿지 않는 곳까지 헤쳐갈 거다


그리고

이 대양의 가장 깊은 수면 위에서

거기 아무도 없는 고립지에서

나는 지친 배의 엔진을 끄고

나는 늙은 생각의 시동을 끄고

거기 그대로

푸른 점등 하나로 깜박이게 두리라




내가 다시

섬으로 가는 이유는

나에게서 나를 떼어놓는 것

우리에게서 우리를 단절하는 것

멀찍이

더 멀리서

나를 객관화하는 것


그 망망함에

나를 내려놓고

그 막막함에

나를 풀어놓고

낯설은 소행성에서 내려다보기 위함이다

새로운 차원에서 관찰하기 위함이다


언젠가

그 언제인가

귀항하는 뱃길에는

함께 출발한 승객은 아무도 없고

그저 육신의 배고픔 하나

그저 단출한 그리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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