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특수한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인지 갑자기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특히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전 연령대가 매트 위나 잔디 위, 심지어 거실 허공에까지 쉼 없이 샷을 하고 있다. 스스로를 골프 천재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비기너부터, 롱아이언 하나로 모든 거리의 컨트롤 샷이 가능한 숙련자까지 연습장으로 필드로 그리고 스크린골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골프장으로 출발하는 각자의 머릿속은 '오늘 나에게 그분이 오시기로 약속한' 것처럼 잔뜩 기대에 부풀어져 있다. 그러나 18홀의 그린 위에서 마지막 깃발을 홀컵에 꽂을 때쯤에는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는 스코어를 뒤로한 채 만감이 교차한 상태로 터벅터벅 그린을 벗어난다. 동시에 최대한 빨리 '맥사'를 벌컥벌컥 들이켬으로써 여기저기 스크레치가 난 마음을 위안받으려고 한다. 이미 고착화된 골프의 한 문화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청량하게 스파클링 해주기 때문이다.
청량한 맥사로 잠시 마음은 달랬지만, 교외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처음 포착한 동반자의 클럽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 클럽의 타구감, 탄도, 방향성, 디자인, 무게, 색상이 이미 새로운 모색을 찾고 있었던 머리를 지배하고, 문득 '내 장비 탓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는 곧장 불편한 스코어의 원인을 장비 탓으로 급속히 전환시키고, 2시간 전까지도 멀쩡했던 장비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아니, 저 트렁크 속 클럽을 OO중고마켓에서 고가에 팔고, 그 폼나는 새 장비를 구입하면 솔직히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잖아!'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이런 마음이 들면, 위기를 대비해 비상용으로 비축해둔 개인용 비자금을 동원해서라도 일주일 안에 질러버리게 된다. 이러니 골프처럼 중고시장이 활성화된 분야는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다. 너무 빨리 운명을 달리하는 클럽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대부분의 골퍼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는 상황들이다. 골프를 잘하든 못하든 아니 골프를 모르는 사람이 판단해도, 결코 '클럽이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은 알고 있다. 자신의 능력과 기술이 문제인 것이다. 라운딩을 할 때 골프클럽은 드라이버, 우드, 유틸리티, 아이언, 왯지, 퍼터 등 총 14개를 이용할 수가 있다. 그런데, 라운딩에서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클럽이 있다. 바로 '멘탈'이라는 클럽이다. 아무리 부모 혹은 배우자를 졸라도 또한 비자금을 동원해도 살 수 없는 클럽이다. 오롯이 스스로 마음의 대장장이가 되어 뜨거운 쇳덩이를 녹이고 망치로 두드려서 밀도를 강화해야 하는 클럽이다. 많이 두드릴수록 오래 두드릴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지금부터 모든 골퍼들에게 가장 중요한 클럽인 '멘탈'에 대해 유명 골퍼들의 명언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이 중에서 나에게 딱 어울리는 명언을 골라 위기상황에서 모든 잡념을 내려놓고 되새겨보자.
1. 골프가 어려운 것은 정지한 볼을 앞에다 두고, 어떻게 칠 것인가 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아치 호비네 시안)
: 각 개인의 골프 스윙에는 정형화된 '루틴'이 있다. 그 루틴을 방해하는 아주 작은 요소들 즉, 주변의 소음, 동반자의 한마디, 갤러리의 움직임 그리고 내 스윙 전략에 대한 망설임 등은 샷의 품질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셋업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샷을 구사할 것인가는 반드시 미리 결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운명의 시간을 체계화하여 나만의 루틴으로 정해놔야 한다. 그래서 셋업에서 스윙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2. 골프의 구성요소는 50%의 멘탈, 40%의 셋업, 10%의 스윙이다.(잭 니클라우스)
: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서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훈련 중의 하나가 마인드컨트롤 훈련이다. 특히 최근에는 모든 종목에서 이러한 심리훈련센터를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신적,영적 존재가 아닌 연약한 사람이기에 위기상황에 불안해하고, 기쁜 일들에 흥분하기 쉽다. 50%의 멘탈은 인생 그 자체이다. 단기간에 내공을 쌓아 고도화하기 힘든 분야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필드 위에서만이라도 마치 습관처럼 자신만의 특수훈련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0%의 스윙은 운동신경이다. 골프를 2년 정도 해봐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이후의 현격한 실력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골프장에서 내가 적극적으로 신경 쓰면 달라질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일까? 40%의 셋업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중요한 요소이다.
3. 여러 가지 해저드 중에서 최악의 해저드는 두려움이다.(샘 스니드)
: 다양한 경기장에서 혹은 TV 채널을 통해서 스포츠를 관람할 때, 어떤 선수가 승리할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지 않던가? 선수가 자신감이 충만해 있는지 아니면 상대를 두려워하는지 그 표정만 봐도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셋업을 한 후 자신감 있게 샷을 했을 때와 약간의 불안감이나 찝찝함이 있을 경우의 샷은 그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 긴 해저드도 깊은 벙커도 오르막 내리막도 트러블샷도 내 샷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면 최고의 샷을 만들어낼 수 있다.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4. 골프에서 방심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
되고 있을 때다.(진 사라센)
: 아무리 무결점 경기를 치르고 있던 프로선수라도, 18홀 중에 한두 번의 위기는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위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하느냐가 골프에서도 또 인생에서도 성패를 좌우한다. 어쩌다 미스샷을 한번 하면 보통 그다음 샷도 결과가 좋지 못하다. 잘 나가다가 순식간에 위기가 찾아오면 그 충격으로 인해 그다음 샷도 미스샷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말 잘 되고 있다면, 방심하지 말고 1%만 더 진중하게 임하라.
5. 골프는 나, 상대 및 코스 사이에서 행해지는 삼각 게임이며, 최대의 적은 나 자신이다.(톰 심슨)
: 어떤 분야에서건 '환경'의 탓을 하는 것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코스(환경)를 탓할 이유는 전혀 없다. 클럽은 14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가 있고, 누구에게든 똑같은 타수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동반자)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티잉그라운드 혹은 코스에서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지 않는 동반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반자도 절대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 지적해 주고 또 경고해 주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나 자신이다. 대부분의 경우 코스도 좋고 동반자도 좋다. 나만 잘하면 된다.
6. 18홀에서 스윙하는 시간은 합쳐서 고작 5분 정도다. 나머지는 반성을 위한 시간일 뿐이다.(잭 웨스트랜드)
: 18홀의 한 라운딩을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4시간~5시간이다. 그 다섯 시간 동안 동반자와 함께 순서대로 샷을 하고 또 카트를 타고 이동하거나 걸어서 이동하여 다시 순서대로 샷을 한다. 그런데, 그 긴 시간 중에서 실제 샷을 하는 시간은 고작 5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더더욱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유기적인 조화가 필요하다. 골프라는 스포츠는 샷이 전부가 아니다. 동반자와의 대화, 코스에서의 매너, 각 홀마다 펼쳐져 있는 이색 풍경, 독특한 로컬룰 등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운동이다. 당연히 그 요소들까지 중요하게 받아들이면 전체가 조화로워진다.
7. 나의 기술을 의심할 때는 있어도, 나의 클럽을 의심할 때는 없다. (잭 니클라우스)
: 만약, 사냥꾼이 자신의 총이나 활의 성능을 의심한다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만약 전쟁터를 나가는 병사가 그렇다면 어떻겠는가? 한번 클럽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보통은 속수무책이 된다.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장착하는 것은 꼭 필요한 절차이다. 그러나, 한번 그렇게 완성된 후에는 절대로 본인의 클럽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작은 의심마저도 엄청난 나비효과로 돌아오게 된다.
8. 당신이 미스샷 한 것을 걱정한다면, 계속해서 미스샷을 할 것이다.(월터 하겐)
: 야구경기에서 잘 던지던 에이스 투수가 갑자기 어느 선수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던지는 경우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공 4개를 연속해서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2개까지는 그렇다 할지라도 3개부터는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다음 타자에게 확실한 스크라이크를 잡기 위해 정직하게 던지다가 안타를 맞을 확률까지도 높아진다. 실력이 안되서가 아니다. 한번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 의구심이나 불안감이 다음 행동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번 미스샷을 하고 나면, 잠정구를 치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흔한 일이다. 그래서 골프가 '멘털' 스포츠인 것이다.
9. 골프에서 각각의 샷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이 골프의 즐거움이자, 도전이다. (야니 쳉)
: 인류문명이 더욱 발전하여 곧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로봇들이 필드를 점령한다고 상상해보자. 인간이 직접 골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봇이 대리로 골프 경기를 한다면 그 결과는 기술력으로 결정이 될 것이다. 재미있을까? 처음에는 신기함에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결국 인터넷 게임과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이다. 현재의 우리는 AI 로봇처럼 샷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근육과 감각 그리고 스윙 발란스를 종합 활용하여 훌륭한 결과를 내기 위한 도전의 연속인 것이다. 그것이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실수나 행운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10.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바로 그다음 샷이다.(밴 호건)
: 앞서도 언급했지만 골프는 '멘탈'이라는 클럽을 포함하여 열다섯 개의 클럽으로 진행하는 스포츠다. 그중에서 멘탈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가장 다루기 어려운 요소이기도하다. 만약 자신의 멘탈을 셀프컨트롤할 수 있다면 골프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떤 위기나 어떤 일이 두렵겠는가? 하지만 인간은 연약한 동물이라 극소수의 특이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그 제어가 잘 안 된다. 멘탈이라는 클럽과 친해지기 위해 가장 좋은 말이 바로 위의 명언인 거 같다.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마라. 전후 상황을 마음에 두지 마라. 다른 사람을 보지 마라. 그저, 다음 샷에 집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