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플빈 Nov 14. 2017

라디오 93.1

                                                                                        

스무살 무렵, 93.1을 들으며 
나의 인문학이 시작되었다.

93.1은 클래식 라디오 방송이다. 국악도 있다.
20대 첼로 연주에 한창 빠져있을 무렵... 
라디오에서 들리던 명연주자들의 연주는 참 가슴 떨렸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독서실에서 93.1을 들으며 공부했다.
(클래식 방송은 아나운서의 멘트가 별로 없어서 좋다.)
밤 10시 프로그램인 <당신의 밤과 음악>을 들으며 눈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단한 취준생이었지만... 음악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힐링을 받았던 것 같다.

반신욕을 하면서,
와인 한 잔을 마시면서,
책을 읽으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를 하면서,
글쓰기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다.

모든 것을 멈추고 오로지 음악만 감상할 때도 있지만
대게는 뭔가를 하면서 동시에 음악을 감상한다.
그리고 추억에 잠긴 음악이 나올 때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하기도 한다.
듣는 동안 대게는 손과 발이 자유롭다.
느슨하다.
요즘엔 요가를 할 때도, 93.1을 들으며 한다.
듣기는 읽기에 비해 부담스럽지 않다.
읽기를 하려면 약간의 긴장과 절제된 자세 및 태도가 필요하지만
듣기는 어떤 자세이든 무엇을 하든 가능하다.
듣기의 묘미이다.      

                                            

                                                                                   

오늘처럼 바람부는 밤엔
와인 한 잔을 마시며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라디오 93.1을 들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은 랜덤이다.
그래서 더 좋다.
어떤 음악이 나올 지... 기대가 되니까...

음악이란 참 묘하다.
음악을 통해 또다른 추억을 파생시킨다.


4차혁명의 이 시점에,
아날로그 라디오를 듣는 이유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