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또 한 살 나이가 들었다.
나는 나이드는게 싫지 않다.
다들 젊음을 회상하고 추억하는데...
나는 10대나 20대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10대엔 공부한다고... 어쩌면 지금보다 더 칙칙한 얼굴이었다.
20대엔...그땐 자의식이 너무 높았던 것 같다.
스무살이면 당연히 예뻐야하고, 일류대를 다녀야하고, 소개팅도 많이 해야하고, 생기도 넘쳐야 하고,
원더 우먼이어야 하고, 똑똑하기도 해야하고..하여튼 완벽해야 되는 나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실제의 내모습과는 정.말. 거리가 멀었다.
현실과 기대의 간격이 클수록 불행한 법이다.
심지어는 정신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때는 왜그리도 나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지...
내가 가진 것을 보지 못하고,
남이 가진 것만 보았다.
그래서... 힘들었다. 스무살엔...
편하지가 않았다. 하이힐처럼...
그 기대에 맞추느라...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나답게 살지를 못했다.
예쁘지도 않은데... 예쁜 척하느라 힘들었고,
똑똑하지도 않은데... 똑똑한 척하느라 힘들었다.
가면을 쓴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나는 이제 나답게 나이들고 싶다.
겨울날, 저 노을지는 풍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마흔이라는 나이는
노을이 완전히 지기 전
저런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붉은 하늘의 조화일 것이다.
밤으로 가기 전...
지금은 어느 정도 나답게 사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쬐끔...ㅎㅎ
나다움.
그래서일까?
편하다.
누군가는 아줌마라서 편한거라고 하겠지만..ㅎㅎ
나이가 들면서... 힘든 일들은 많이 생기지만, 스무 살 때처럼 힘들진 않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거절감을 별로 느끼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스무살엔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맞추느라
하이힐을 신고서 절뚝거리며, 발뒷꿈치에 밴드를 붙이며 다녔었다.
지금은 나답게
일 년 내내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편하게 활보한다.
그래서일까?
티셔츠에 스키니진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스무 살을 보면
그건 참 부럽다.
나다움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좋다.
나는 지금이라도
나 자신을, 지금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당당하게!
스무 살엔.. 뭐가 그리 부끄러웠는지...
건강한 아줌마가 되어야겠다.
오늘따라 빨강머리 앤의 노랫가락을 흥얼거린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