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나는 단 한 번도 로또를 사본적이 없다. 당첨금이 필요치 않은 억대 부자이냐고 묻는다면,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럼 요행(요행으로 표현해서 죄송스럽다)을 바라지 않고 사는 정직한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역시 아니다. 돈이 많이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냐 하면, 그것도 역시 아니다. 아니면 혹시 당첨 확률이 낮으니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그런 건지가 궁금하다면, 참고로 나는 계산에 문외한 문과다. 객관적인 분석 결과를 통해 로또를 사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겐 한주를 살아가는 희망이라고도 표현되는 로또를 어째서 '왜?' 단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나는 당첨될 것 같지 않아서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당첨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다. 난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순히 부정적인 마인드라기보다는 근거 있는 이야기다. 나는 안타깝게도 운이 좋을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짜증과 비난만 가득한 화목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것, 애매한 가난으로 국가의 지원 없이 혼자 경제적 상황을 감내해야 했던 것, 작은 공모에조차 당첨되어 보지 못한 것, 반배정이 이루어질 때면 친한 무리에서 항상 나만 떨어지는 것 등 살면서 겪었던 묵직한 일에서부터 소소한 것까지 내가 운이 나쁘다고 생각할 이유는 참으로 많았다.
내 힘으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느꼈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다소 무기력했던 것 같다. 그저 독립을 꿈꿨던 것 같다. 스무 살이 돼 간절히 바랐던 독립을 하게 된 기쁨도 잠시, 경제적으로 모든 걸 혼자 감당해 내느라 20대 초반의 많은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갈아 넣어야 했다. 작은 것 하나 알려주는 사람 없이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많아, 사회에서 받는 불합리한 처사가 불합리한 줄 모르고 그저 견뎌냈다. 인생에 긍정의 한 톨도 끼어들 틈이 없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세상을 향해 한껏 화가 나있었고 염세적이었다. 그때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은, '어차피 안될 텐데.'였다. 희망 고문으로 날 괴롭히느니 차라리 내가 먼저 외면해 버리는 게 편했다. 가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가 그러지 못했을 때는 상실감이 들지만, 아예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타격감이 없기 때문이다. 비겁한 회피였지만 나를 지키고 보호하는 방식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는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내 인생에는 요행이란 없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때때로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 인정하기로 했다. 피나는 노력을 해야 그나마 남들의 절반을 따라갈 수 있는 삶.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목표로 삼을 수 없었고, 언제나 목표에는 한계를 두었다. 그마저도 이루려면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순간마다 여유는 없었고 늘 날이 서 있었다. 참 재미없고 힘겨운 삶이었다. 돌아보면 스스로를 얼마나 채찍질하고 괴롭혔는지, 측은한 마음이 든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로 자리한 <더 시크릿>에서는 내 오랜 관념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뭔가에 대해 불평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불평할 일이 당신에게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누군가 불평하는 걸 듣거나 거기에 집중하거나, 또는 그 사람을 동정하거나 그 사람에게 동의하면, 그 순간 그 불평하는 상황이 당신에게 오도록 끌어당기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단지 당신이 집중하여 생각하는 대상을 당신에게 정확하게 되돌려 줄 뿐이다. 이 중요한 사실을 알면, 당신은 생각을 바꿔서 모든 상황과 사건을 완벽하게 바꿀 수 있다.
-론다 번의 <더 시크릿> 중에서-
책에서는 ‘생각에 담긴 거대한 창조력’을 강조한다. 결국 나의 ‘그런’ 생각들이 나를 ‘그런’ 삶으로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던 셈이다. 정말 그럴까, 가만히 돌아보면 내 태도가 늘 부정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왠지 노력하면 이뤄낼 수 있다고 믿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 물론 감히 꿈꿀 수 없는 큰 행운들, 이를테면 로또에 당첨되는 일, 오디션에 합격하는 일, 큰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일 등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어차피 안 된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소 소박하더라도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에서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놀랍게도 정말 그 생각대로 이루어졌다.
결국 큰 행운 앞에서 애써 외면했던 내 생각과 마음이, 나를 소박한 것에 만족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씌워두었던 한계를 조금씩 걷어내 보려 한다. 또 내가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믿음의 범위를 이전보다 좀 더 크고 넓은 것으로 확장시켜 보기로 한다. 물론 믿음이라는 것이 마음먹는다고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복된 경험 속에서 배우고, 좋은 경험을 쌓아가며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키워가는 과정이 분명 필요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나를 믿고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며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운이 좋은 사람'이 되어 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