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해가 바뀌었나 싶었는데 벌써 2월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는 연초부터 유독 많은 일이 몰아쳤다.
1년 가까이 암투병하시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고,
그 뒤를 이어 둘째의 첫돌이 있었다.
죽음에 대한 애도와 탄생에 대한 축하가 너무 짧은 텀을 두고 이루어졌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느라 1월의 절반 가까이는 집에 없었고,
2월에는 아이의 돌잔치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작년에도 연초부터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멘탈을 부여잡고 육아와 살림을 이어 나갔는데
이번엔 정말 내 안에 있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듯한 기분이다.
아이의 돌 스냅을 준비하면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다음에는 정말 손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지 않았다.
살림은 점점 손을 놓게 되고,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 자꾸만 물건을 사게 되고,
짐은 늘어나는데 좁은 집에 둘 곳이 없으니 집은 어느새 창고처럼 변해갔다.
어지러운 집을 보고 있으면 더 무기력해지고
헤어 나올 수 없는 무력감의 굴레에 갇혀버린 듯했다.
보다 못한 남편이 설 연휴 동안 집을 좀 정리해 보자고 제안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무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어제는 아이 방을 정리하는데, 예전 같았으면 신나서 정리하고 비웠을 텐데
작은 피규어 하나도 '놔두면 아이들이 가지고 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선뜻 버리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런 미련들이 하나둘 쌓이고 쌓여서 결국 내 마음과 집을 짓누르는 커다란 짐 덩어리가 된 것이리라.
내일은 날씨가 추워진다고 해서 집콕하면서 옷방을 정리하기로 했는데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옆에서 쉬지 않고 쫑알대는 첫째와 엄마만 찾는 둘째를 데리고 과연 말끔한 옷방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까.
물건을 비우지 못하는 핑계는 수십 가지이지만, 비워야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내가 좀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답게 살기 위해서이다.
이번 연휴에는 물건뿐 아니라 마음의 짐도 조금은 덜어내고 싶다. 몸도 마음도 비워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에너지를 채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