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란

by 안녕수니

식탁 위에 며칠째 올려져 있는 공과금 납부 고지서도 못 본 척하다가 겨우 치우는 내가,

한 달 전부터 유난히 부지런 떠는 게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일이다.


크리스마스는 여느 기념일보다도 유통기한이 짧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는 달력의 날짜를 하루하루 세어가며 기다리다가도, 12월 25일 자정이 지나고 나면 그 설렘과 기다림은 마법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시작한 뒤로는 거의 11월쯤부터 트리를 꺼내둔다.

설레어하며 기다리는 그 시간까지도 크리스마스의 일부가 되었으면 해서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서 제법 달력도 읽고, 날짜와 요일의 개념도 이해를 하는 것 같아서 올해는 어드밴트 캘린더라는 챌린지를 더했다.

하루 만에 초콜릿을 다 까서 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참을성 있게 하루에 하나씩 초콜릿을 까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새삼 많이 컸다는 걸 느꼈다.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는 또 어쩜 그리 많이 쓰는지,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자 일주일에 서너 통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대개는 자기가 한 선행을 앞세우고 받고 싶은 선물을 적는 형식이다. 당돌하면서도 순수함으로 가득한 편지를 읽으며 괜히 웃음이 난다.


선물로 레고를 받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레고를 사서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또 요즘 유행하는 AI로 산타를 합성하는 그 과정이 조금도 귀찮지 않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기억 속에 조금 더 오래 남을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줄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시간도 하나도 힘들지 않다.

선물을 뜯어보면서 행복해할 아이의 얼굴, 그거 하나면 한 달 넘게 이어진 크리스마스를 향한 긴 여정이 충분히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매서운 추위에 야외에서 하는 트리구경은 하지 못했고, 오전 내내 선물로 받은 미니레고를 조립하고, 오후에는 미리 예약해 둔 쿠킹클래스를 다녀온 게 전부였다. 그래도 아이는 즐거워했다. 잠들기 전, 오늘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이 뭐였냐고 물으니, '쿠킹클래스 다녀온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섯 살의 크리스마스에도 아이의 마음속에 또 하나의 추억이 쌓였구나 싶어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만약 아이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열심히 준비했을까 싶다. 아마 트리도 귀찮아서 꺼내지 않은 채, 여느 휴일처럼 TV나 영화를 보면서 먹고 자는 그런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를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였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을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쪽은 언제나 나다. 그렇게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가 우리 집에 머물다 간다.

작가의 이전글이보 전진 일보 후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