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든 생각

꾸준함도 재능이다

by 안녕수니



지인에게 추천받은 비염치료 전문 병원을 다녀왔다.

여느 병원처럼 증상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내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기 때문에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추천을 한다고 했다.

내가 병원에 간 동안 둘째를 봐주기 위해 남편은 연차까지 썼고,

30년 넘게 나를 따라다닌 지긋지긋한 비염을 뿌리 뽑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품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번화가보다는 후미진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한 달에 한 번 찾아와 고혈압, 당뇨약을 주기적으로 타갈 것 같은 느낌의 동네 병원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머리에 하얀 눈이 되어 소복이 쌓인 의사 선생님은

코 한번 들여다보지 않고 엑스레이 만으로 진찰을 내리고 약을 처방해 주셨다.

2주 동안 처방해 준 약을 꾸준히 먹고, 2주 후에 오면 알레르기검사를 하겠다고 하셨다.

한평생 알레르기 환자들을 보아왔을 의사 선생님에게서는 어쩐지 명의의 포스가 느껴졌다.

왠지 이번엔 정말 비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하는 희망이 절로 생겨났다.


진료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상하게도 그 의사선생님의 잔상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오랜 시간 꾸준히 무언가를 해온 사람에게서 풍기는 아우라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나는 어떤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런저런 이유로 글쓰기에서 손을 놓은 지도 벌써 3개월째다.

애초에 뚜렷한 목표 없이 시작했던 글쓰기라 그런지 일정한 주기로 일정한 양의 글을 써내는 것이 쉽지 않다.


작년에 내가 왜 그렇게 글을 쓰고 싶어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땐 나의 감정을 어디에든 표출하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불운이 나에게로 쏟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련과 고통이 글쓰기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올해는 왜 글쓰기에서 멀어졌을까?

마음 졸이며 키우던 둘째도 잘 자라주고 있고,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하던 하루 일과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요즘은 한동안 손을 놓았던 살림과 요리에 다시 재미를 붙이는 중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줄어들었다.


요즘은 뭔가를 타고나게 잘 하는 것보다는 뭐든지 꾸준히 하는게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 근육이 붙고,

일도 꾸준히 해야 성과가 붙고,

공부도 꾸준히 해야 성적이 오르는 것처럼

글쓰기도 꾸준히 해야 습관이 되고 글 쓰는 근육이 붙는다.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 때만 쓰는게 아니라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쓰고 공을 들여야 제대로 된 글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미루기만 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꾸준히 조금씩 글을 써가며 나만의 아우라를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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