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이 찾아올 때

by 안녕수니

요 며칠은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고, 식사 준비를 하는 의무적인 일 외에

청소나 손빨래, 정리와 비움 같이 내 의지로 해야 하는 살림들이 귀찮아지는 날들.

갑자기 계절이 바뀌어서인가, 며칠내내 비가 내리고 습해서인가,

치워도 치워도 비우는 속도보다 채워지는 속도가 빠른 물건들에 지친 것인가,

살림에 권태기가 온 것인가(사실 권태기라고 할 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가만 이유를 들여다보니 해야 할 일은 쌓여있는데

주어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무기력감이었던 것 같다.

나가서 운동도 하고 싶고, 듣고 싶었던 강의도 듣고 싶고, 사람도 만나고 싶고

책도 마음껏 읽고 싶고, 물건도 열심히 비워서 단정한 집에서 지내고 싶은데

하루에 나에게 주어진 나만의 시간은 한두 시간 남짓. 그것도 아이가 낮잠 자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하니 집중력도 효율성도 떨어진다.

무기력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사이 우리 집의 물건들은 무섭게 증식했다.

싱크대 상판 위에는 늘 먹다 남긴 음식과 자잘한 쓰레기가 올라와 있고,

아이 책상에는 자르다 만 색종이, 필기구, 스티커 등등이 널브러져 있고,

옷방 안 서랍 위에도 한번 입고 빨기 애매하다는 핑계로 갖가지 옷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집도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

내가 부지런히 아껴주고 보듬어주면 집도 그만큼 다정한 기운을 내뿜고

돌보지 않으면 칙칙하고 무기력한 공기가 집안을 가득 메운다.

어떻게 보면 집을 가꾸고 돌보는 것이 곧 나에게 보내는 애정인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스마트폰은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주변부터 정돈해야지.

쓰레기봉투 하나 들고 집을 한 바퀴 돌면서 버릴게 없나 둘러봐야지.

그리고 어질러진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기까지 한번 돌리고 나면 기분이 훨씬 상쾌해질 것 같다.

오늘의 살림도, 삶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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