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키울 때였다. 시판 이유식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왠지 이유식만큼은 내 손으로 지어 먹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시중에서 유명하다는 이유식 마스터기부터 밥솥, 냄비까지 쓸 수 있는 도구는 다 써보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는 이유식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이유식이 끝날 때까지 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크는 법이고,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든 사서 먹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 때는 왠지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듯하다.
저녁에 아이를 재우고 난 뒤, 남편과 부엌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재료를 다지고 냄비를 저었던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결혼하고 나서도 좀처럼 늘지 않던 칼질 실력은 그 시절 이유식 재료를 다지면서 비로소 제 모양을 갖추었다. 열심히 만든 이유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가 기특하긴 했지만, 식단표를 짜는 것부터 재료를 구매하여 손질하고 조리하는 과정은 요리에 재능이 없는 나에게 꽤 벅찬 일이었다. 식판에 아기자기하게 이유식을 담아 예쁜 사진을 찍고 기록까지 남기는 이들을 보며, 때로는 저들은 정말 유전자부터 다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첫째의 이유식을 졸업하고 나서, 둘째를 임신했을 때 나는 굳게 다짐했다. ‘둘째 이유식은 만들고 치우고 할 시간 없다. 무조건 시판으로 간다!‘라고.
그랬던 내가 지금 또다시 부엌에서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5년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둘째의 이유식을 두 달째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기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아이의 성장 단계마다 주어지는 이 짧은 순간들을 온전히 내 손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다시금 부엌으로 나를 이끈 것이다.
요즘 부쩍 둘째의 낮잠이 줄어들고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의 하루 일과는 아이를 돌보거나 이유식을 만들고 치우는 일로 채워진다. 한때 열심히 하던 비움도, 글쓰기도, 독서도 자연스레 뒤로 밀려났지만, 아이를 먹이고 돌보는 일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이 시간에 내 삶의 최우선 순위를 내어준다. 몇 달이 지나 돌이 되면 이유식도 졸업할 것이고, 내년 3월부터는 어린이집에 가게 될 테니, 그때부터는 다시 나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때까지는 올망졸망한 아이의 눈코입을 더 많이 눈에 담고, 조그마한 손발도 꼭 쥐어보고 싶다. 그렇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며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