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화를 냈다.
밖에서는 독립심이 강하고 뭐든 솔선수범하며 친구들도 많이 도와주곤 한다는데,
집에만 오면 바닥에 드러누워 꼼짝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잔소리는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아침에는 “일어났으니 세수하고 양치하자, 옷 입고 아침 먹자“
어린이집에 다녀와서는 “가방 정리해라, 손 씻어라, 외투는 옷걸이에 걸어라”
식사 시간이 되면 “반찬만 먹지 말고 밥도 같이 골고루 먹어야지”(수저 놓고 식사 준비해달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씻어야지, 자기 전에는 양치해야지”
염불을 외우듯 몇 번을 반복해야 그제야 아이는 툴툴대면서 마지못해 일어나서 요구를 따른다.
아이에게 명령형으로 지시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게 맞다는 걸 알면서도,
조급한 마음은 항상 생각과는 다르게 튀어나오곤 한다.
서로의 컨디션이 그나마 괜찮은 날이면 큰 소리가 나지 않고 하루를 넘기지만,
컨디션이 바닥인 날 아이마저 협조해주지 않을 때면 참고 참던 감정이 결국 터져버린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나는 화가 안 풀려서 씩씩대고, 남편은 양쪽을 중재하느라 진이 빠져 버리는 그런 엔딩.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고 난 밤에는,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속죄를 하곤 한다.
‘조금 더 기다려주면 알아서 했을 텐데,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하면서 한참 이마를 쓰다듬고도 찝찝한 마음을 안은 채로 방문을 나선다.
내일은 더 다정하게 대해줘야지. 이 결심이 내일 아침 또다시 무너지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한번 더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