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by 안녕수니


어릴 적, 우리 가족의 생일 때마다 엄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생일상을 차려주셨다.

팥이 가득 든 찰밥에 소고기미역국, 윤기 흐르는 조기구이, 그리고 잡채가 생일상의 고정 구성이었다.

자식이 태어난 날을 기념하며 무거운 눈꺼풀을 걷어내고 음식을 하셨을 엄마. '사실 생일날 가장 축하받고 고생했다 쓰다듬받을 사람은 자식이 아니라 엄마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하게 된다.


어제는 큰아이의 생일이었다. 평소에 생일을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남편과 나의 생일도 집에서는 미역국만 대충 끓여 먹고 외식으로 대신하고는 했다. 그래서 사실 전날까지도 생일상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 생일날에서야 '그래도 내 자식인데, 생일상만큼은 섭섭하지 않게 차려줘야지'하는 생각에 아이한테는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재료를 사 와서 생일상을 차렸다. 새벽 일찍 일어나 홀로 요리하던 엄마와는 다르게 나는 생일이 하루 지나서야, 아침도 점심도 아닌 저녁에, 혼자도 아닌 남편과 함께 준비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누구와도 빗댈 수 없을지언정 엄마가 나에게 쏟은 정성과 내가 아이에게 쏟는 정성은 이런 사소한 점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아이 생일상을 차리면서 3n년째 엄마로 살고 있는 친정엄마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내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나는 엄마로 살 수밖에 없다는 걸, 평생을 바쳐 사랑하고, 지지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존재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가도, 또 한 편으로는 삶이 더욱 충만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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