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던 밤이 나를 키웠다.

by 안녕수니

어릴 때부터 나는 잠이 많았다. 방학이면 해가 중천에 뜰 때쯤 겨우 일어나고는 했다. 간호사로 삼교대를 하면서도 수면사이클이 엉망이 돼서 불면증이 생기기는커녕, 나는 머리만 바닥에 닿으면 잤다. 부모님은 나를 보며 항상 혀를 끌끌 차셨다. 저렇게 잠이 많아서 결혼하면 살림이나 제대로 하겠냐고, 남편 아침밥은 차려주겠냐며 걱정하시곤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침을 안 먹는 남편을 만나 무리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잠과 관련된 문제는 아침밥이 아니라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났다. 신생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는 아기가 태어나면 두 시간마다 깬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나 홀로 깨서 아이를 재우느라 이리저리 서성거리던 날들이 계속되었다. 두세 시간마다 깨는 아이를 돌보는 초보 엄마에게 통잠은 사치였고 낮에는 낮대로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었다. 잘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런 생활이 몇 달간 이어지다 보니 서서히 우울감이 찾아왔다. 낮잠이라도 푹 자라고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도, 누워있으면 아이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자야한다고 생각할수록 정신은 말똥해졌다. 그 시절의 내 소원은 하룻밤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스스로 눈이 떠질 때까지 자보는 것이었다. 둘째는 절대 없다고 다짐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잠 때문이었다. 모성애보다도 잠이 더 절실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잠이 없던 첫째가 어느 정도 크고 나자 잠도 못 자고 아이를 돌보던 그 시간이 그리워졌다. 달큼한 분유 냄새를 풍기며 입을 헤 벌리고 자던 얼굴, 엄마를 찾으며 품으로 파고들던 새벽의 온기, 새근거리는 숨소리… 그때는 몰랐다. 힘들다고만 생각했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엄마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음을.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서로 부대끼면서 자던 이 시간도 그리워지겠지. 몇 년만 지나도 자기 방을 달라며 떼를 쓰고, 엄마아빠보다 친구들이 더 좋다고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러면 나도 원래의 잠 많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아마도 그때가 되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새벽에 제일 먼저 일어나 가족들을 먹일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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