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을 나누지마!!
등급하면 어떤 말이 따라오나? 내 경우 내신 등급이다. 나 학교 다닐 때는 그놈의 내신 등급이 인간 등급이었다. 사회에 나오면서 등급은 계급으로 바뀌는데, 학교 내신 등급도 사회 계급앞에선 무쓸모이다. 한마디로 돈이 곧 권력이란 것이다.
서점에는 '골든존'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눈이 가장 먼저 닿고 손이 쉽게 나가는 지상 1.2미터에서 1.5미터 사이의 높이에 있는 공간인데, 다른 공유서점은 여기에 프리미엄을 붙여 가장 비싼 값을 매긴다.
큐레이터가 아무리 독창적이고, 세계관이 남다르다고해도 이 골든존에서 어떤 이유든 밀려난다면, 다른 사람의 눈에 띌 가능성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아니 거의 없다. 정나미 떨어지지만 온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가 공유서점에서도 작동한다.
그렇지만 사서고생은 가로 300mm 세로 2400mm 7단 책장을 온전하게 공유한다. 모두에게 골든존이 있는 것이다. 이 세로형 책장은 책장을 큐레이션하는 한 사람을 상징한다. 자신의 취향을 어떤 기준으로 배치하든 그것은 온전히 개인에게 달려있다.
시간의 순서대로 위에서 아래로 쌓아나가거나,
취향의 강도를 생각해서 가운데서 위로 혹은 아래로 뻗어나가거나
상업적 감각으로 정밀하게 계산해서 배치할수도 있다.
큐레이션의 모든 권한은 사서고생에 합류하는 우리 동료의 몫이된다.
이렇게 다양한 기준으로 큐레이션된 책장을 살펴 보는 방법도 한 가지가 아니다. 내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을 위에서 아래로 본다는 것,
혹은 중간에서 위로 본다는 것,
때로 아래서 위로 훝어 보는 것은
모두 다른 행위이고, 다른 감각을 불러온다. 한 사람을 탐색하는 여러 방법 자체가 발견이고 창조가 되는 것이다.
나라면 가장 눈에 잘띄는 골든존을 비워두는 사치를 부려볼 것 같다. 골든 존을 비워두는 그 행위가 나임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P.S. AI 시대에 '물성'과 '사유'를 지키기 위해, 공유서점 <사서고생>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혹시 이 글이 마음에 와닿으셨다면, 우리가 준비한 공간도 흥미로우실 겁니다. 텀블벅에서 파운딩 멤버를 모집 중이니 한번 구경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