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돈의 신도의 창세기

어디에도 공짜란 없다!

by simple life

혹시 성경의 창세기를 읽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돈의 신도가 되기 전엔 그리스도의 신도였던 때가 있어서 읽어본 기억이 난다. 창세기 1장 1절은 다음과 같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나는 돈의 신도이니 돈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는지 특히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달러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고 싶어서 학습을 시작했는데, 달러가 정확하게 어떤 경로로 발행되는지 아는 신도는 많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다. 나는 잠시나마 그리스도라는 우상을 섬긴 것을 회개하였고, 더욱더 독실한 돈의 신도가 되기 위하여 돈의 신도 교리를 집중 학습 중인데 기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하여 달러의 발행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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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1

창조는 미 정부의 자금 필요성에서 시작된다. 미국 정부가 자금이 필요하면 국채(Treasury Bond)라는 빚문서를 재무부가 발행한다. 그리고 국채 경매 시장을 연다.

이 국채 경매시장에는 아무나 참여할 수 없고 프라이머리딜러 (Primary Dealer) 우리말로는 국고채 전문딜러라고 불리는 큰손 금융기관만이 참여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PD는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을 들어봤을 것이다.

경매에서 국채를 낙찰받은 PD들은 국채 낙찰 대금을 연방준비은행(Fed)에 개설된 미 재무부의 당좌계좌에 입금한다. 입금이라고 하긴 했지만, 우리가 아는 계좌이체는 아니다. PD자격 정도 있는 은행들은 미 연준 계좌에 지급준비금이라는 것을 맡겨두게 되어있다. 이 지금준비금이 있던 계좌에서 국채낙찰대금을 연방준비은행(Fed)에 개설된 미 재무부의 당좌계좌로 옮기는 것이다. 이 재무부 당좌계좌를 TGA(Treasury General Account)라고 부른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길 것이다. PD들이 지급준비금을 써버리는 것인데, 은행이 지급준비금을 다 써버리면 금고가 비어서 망하는 거 아니야?" 걱정 마라. 금융자본주의에서는 이것 또한 '레포(Repo)'라는 금융 기법으로 해결한다고한다. 나는 신도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초가 부족해 이렇게 어려운 심화 교리를 이해할 수준은 아직 안된다.

여튼 정부는 이 TGA에서 돈을 꺼내 공무원 월급도 주고, 복지예산도 쓰고 SOC도 건설하는 등의 정부 지출을 한다. 여기까지가 화폐가 정부를 거쳐 우리 손에 오게되는 과정이다. 눈치 챘겠지만 달러는 탄생부터 채권이다. 그리고 이 채권은 빚문서이고, 빚문서엔 높고 낮음은 있지만 반드시 이자가 붙는다. 무슨 뜻이냐? 누군가는 이자를 내야한다는 의미이다.

image.png 재무부 당좌계좌를 TGA(Treasury General Account)락고 부른다

예금은 대출을 낳고 대출은 또 예금을 낳으니

정부가 TGA에서 돈을 꺼내 지출하고 내가 공무원이어서 100달러 월급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월급은 어디로 들어오는가? 내 계좌로 들어온다. 무엇의 형태로? 예금의 형태로.

은행은 내 예금을 잘 보관해 두는 금고가 아니다. 거기는 내 예금을 가지고 합법적 돈놀이로 돈을 버는 곳이다. 은행은 은행법에 박아놓은 '지급준비금'이라는 조항을 이용해 돈 놓고 돈 먹는 기술을 합법적으로 시전한다. 이건 달러뿐만 아니라 원화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100달러를 예금받으면, 법적 의무인 약 10%의 지급준비금(10달러)만 남기고 나머지 90달러를 대출해준다. 대출을 받아본 사람은 안다. 은행이 대출금을 현금으로 주지 않는다는 것을. 대출금은 내 계좌에 '숫자'로 찍힌다. 예금의 형태로 90달러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 90달러는 다시 누군가의 예금이 되고, 은행은 또다시 그중 10%를 떼고 81달러를 대출해준다.

이렇게 단 두 번의 과정만 거쳐도 100달러는 순식간에 271달러(100+90+81)가 된다. 수학적으로 지급준비율이 10%일 때, 최초의 100달러는 이론상 1,000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를 어려운 말로 '통화 승수(Money Multiplier)'라고 부른다. 돈의 신도는 이런 용어 앞에 주눅 들지 말아야 한다. 끝없는 공부가 신심을 깊게 한다.

image.png 통화 승수 : 돈은 계속 불어난다

이름 짓기의 의도: 빚인가, 믿음인가

앞에서 본 것처럼 내가 처음 받은 공무원 월급, 즉 나라에서 채권 발행해서 나에게 입금해 준 처음 100달러는 대출이라는 날개를 달고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지급 준비율이 낮으면 독수리의 날개를, 높으면 참새의 날개를 단다.

금융자본주의에서는 이 대출(빚)을 아주 멋지게 '신용(Credit)' 혹은 '레버리지(Leverage)'라고 부른다. 예나 지금이나 이름을 짓는 사람에게는 다 의도가 있다. '대출'이나 '빚'이라고 하면 왠지 무섭고 갚아야 할 짐처럼 느껴지지만, '신용'이나 '레버리지'라고 하면 왠지 세련되고 능력 있어 보이지 않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신용(Credit)'의 어원이 라틴어 '크레도(Credo)', 즉 "나는 믿는다"는 뜻이라는 점이다. 내가 그리스도의 신도였을 때 고백하던 신앙(Credo)이 돈의 신도가 된 후에는 빚(Credit)과 같은 것이다. 역시 믿음은 무슨 종교를 믿든 중요한 것이다.

image.png 빚은 신앙이다

이자는 어찌하나?

돈의 태생은 채권(빚)이다. 즉,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자가 발생한다. 그런데 여기에 치명적인 모순이 있다. 시스템은 '원금'만 발행할 뿐, '이자'를 지불할 화폐는 발행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 발행된 원금이 총 1,000조 달러인데 갚아야 할 이자가 50조 달러라고 치자. 갚아야 할 돈은 총 1,050조 달러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돈은 원금 1,000조 달러뿐이다. 즉, 시스템 전체를 아무리 뒤져봐도 그 50조 달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image.png 멈추면 파국이다

누군가는 이자를 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없는 돈 50조 달러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다시 빚을 내야 한다. 빚을 내면 또 이자가 붙으므로, 또다시 더 큰 빚을 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무한히 빚을 내야만 돌아가는 금융자본주의 수레바퀴다. 정부든, 가계든, 기업이든 돌아가며 계속 빚을 내야 한다.

만약 이 '돌아가며 빚내기'를 멈춘다면? 그 순간 금융자본주의는 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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