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삼성전자로 알아보자!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by simple life

돈의 신도가 섭렵해야할 경전은 끝이 없다. 새로운 교리가 계속 창출되기 때문이다. 세기의 천재들이 금융상품이라는 걸 만들기 위한 새로운 교리를 내고 있다. 그래서 교리 공부를 마치고 투자를 시작하려면 나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투자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교리 공부만으로도 나는 확실하게 안다. 돈을 찍어내는 것은 절대로 멈출 수가 없다. 이걸 알고 돈의 신도가 되었는데, 투자의 신심을 내지 못한다면 필경 바보다. 바보는 어찌 되나? 마태복음 25장 30절을 꼭 기억해야한다. 슬피 울며 이를 갈게된다.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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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채권 교당에 다니게 되니, 신도들 대부분 주식과 채권을 둘 다 사야한다고 아주 상식처럼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을 들었다. 두 상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각 사 두어야 리스크가 헤지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오늘 주식창을 보니 온통 빨간색이다. 지금 사지 못하면, 영원히 벼락거지가 될 거 같은 조바심에 대한민국 대표 주식 삼성전자가 망하지는 않겠지 하고 매수 버튼을 누르기 직전, 얼마 전까지 삼전이 오만전자라고 불렸는데, 갑자기 16만전자로 되어 버렸다는 팩트가 내 머리를 때리면서 소중한 내 돈을 태우기 전에 진짜로 주식이 뭔지 알아보자는 생각이 팍 드는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대한민국 대표 주식인 삼성전자 주식으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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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너 몇주나 발행했냐?

삼성전자 발행주식 총수

보통주 (005930): 5,919,637,922주

우선주 (005935): 815,974,664주

합계: 6,735,612,586주

보통주는 주주총회에서 1주당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이고, 우선주는 의결권은 없이 배당만 받는 주식이다. 의결권이 없어서 그런지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조금 저렴한 편이다. 그렇지만 배당액은 보통주보다 더 많이 준다. 삼성전자는 보통주보다 1원을 더준다. 겨우 1원~ 할 수도 있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1원부터 소중하게 여겨야지, 우습게 생각하면 안된다. 그래선지 투자 잘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전 우선주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삼전 발행주식 합계를 보니, 삼전이 일단위까지 꽉 채워서 주식을 발행하다니? 60억주 70억주 이렇게 깔끔하게 발행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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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깔끔했네

처음부터 삼전이 이렇게 지저분했던 건 아니었다. 삼전은 1969년 1월 설립되었는데, 당시 발행했던 주식 수는 33만 주였다. 당시 삼전 자본금을 알면 깜짝 놀랄것이다. 57년전 삼전 자본금은 3억 3천이었다. 지금은 카페 하나 차리기에도 부족할 수 있는 자본금이다. 이러니 투자를 해야하는 것이다. 삼전은 설립 자본금을 가지고 무엇을 했을까? 수원 공장부지를 매입했다! 지금 그 땅은 수백억원이다. 나도 부동산 교당에 다니고 싶다는 욕망이 마구마구 용솟음친다. 그치만 부동산 교당은 내 종잣돈으론 어림없다.

삼전은 설립된 지 6년 5개월뒤인 1975년 6월11일 상장을 한다. 상장(IPO) 당시 공모가가 얼마였을 거 같은가? 놀라지 마시라 1,000원이었다!

지금 상식으로는 대규모의 자본을 땡기려고 하는 것이 IPO인데, 삼전은 도대체 상장을 왜 한 건가? 현재 우리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당시 누가 대통령이었을까? 딩동댕! 박정희였다. 당시 정부가 상장을 압박했고, 가격도 액면가로 정해줬다. 역쉬, 그러면 그렇지! 그땐 상장이 일종의 주식 배급이었던 거다. 요새 이런다면 공산주의냐고 난리가 났을텐데, 그땐 국민들이 좋아했다. 여튼 당시 상장해서 삼전은 3억 3천을 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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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유상증자

처음엔 330,000주, 이렇게 깔끔했던 삼전이 어쩌다 6,735,612,586주, 이렇게 지저분해졌을까? 상장 이후 삼전은 20년 정도의 기간동안 거의 매해 유상증자를 했다. 유상증자라는 것은 "회사가 주식을 새로 찍어서,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그러면 기존 주주들은 삼전의 주인인데, 주총에서 유상증자를 허락해주었을까?? 당근 당시 주주들이 삼전 계열사가 대부분이였을테니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엔 주주배당 액면가 유상증자라는 걸 했다. 주주들에게 시가가 아니라 액면가로 주식을 파니 이건 개혜자였음이 분명하다. 특히 주주들이 대부분 삼전 계열사이니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완벽하다. 주주들이 포기한 주식은 일반공모로 팔았다. 이래서 삼전 주식은 계속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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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DR

이젠 대한민국 사람이면 3나노니 4나노니 줄줄 말하며 반도체가 엄청난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임을 다 안다. 막대한 투자금은 당시 대한민국 케파로 감당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삼전은 1980년대 중반이후엔 해외에서 CB(전환사채)나 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해서 돈을 빌렸다. 전환사채는 말그대로 돈 빌리면서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거니, 삼전이 잘 나갈수록 주식 수는 계속 늘어난다.


합병해서 주식 발행

1988년 당시 삼전은 가전회사였고, 반도체는 삼성반도체통신이란 별도 법인이었는데 이건희 회장은 시너지를 위해 '삼성반도체통신'과 합병을 했다. 이때 삼성반도체통신 주주들에게 합병 대가로 삼성전자 주식을 새로 찍어서 나눠줬다. 주식 수는 계속 늘어난다.


배당대신 주식

삼전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주주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회사가 벌어둔 이익잉여금을 자본금 항목으로 옮기면서 배당대신 주식을 나눠주었다. 삼전은 튼실해지고, 주식 수는 또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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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방 : 액면 분할

그리고 마지막 한 방이 있는데 바로 액면 분할이라는 걸 한거다. 돈을 잘 버는 주식이 되면서 삼전이 황제주가 된거다. 너무 비싸졌다. 그럼 주식 유동성이 떨어지게 되어있다. 비싸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걸 해결하려는 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삼전은 2018년 5월, 1주를 50주로 쪼개는 50:1 분할을 단행했다. 이걸로 당시 약 1.2억주였던 주식이 60억주가 넘게 되었다. 유동성이 생기면 수요가 창출되어 주식 가격은 올라간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삼전 주식은 당초에서 2만배 수가 늘어난 것이다. 요새는 돈을 잘 벌어서 미국의 잘나간다는 기업들이 하는 자사주 소각이라는 걸 삼전도 한다고 한다. 삼전이 주식을 얼마큼 발행했나 이거 한 번 보려고 하니 우리나라 자본 시장의 역사가 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새삼 다시 보인다.


내가 그리스도의 신도일 때는 아브라함, 이삭 이런 중동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꿰고 있었다. 이제 신앙의 대상이 바뀌었으니, 이 정도 공부는 당연한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지식이 삼전 현재의 적정가를 파악해서 매수버튼을 누르는데 도움이 되는 건지는 내가 아직 돈의 신도가 된지 얼마 안되서 아리까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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