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아님
혹시 자기 자신의 뇌를 먹어버리는 동물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SF소설 아니냐고? 아니아니 이건 엄연하게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바다 속에는 '우렁쉥이'라는 생물이 있다 나는 안먹지만 이 우렁쉥이를 술안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멍게라고 부른다. 방금 알에서 깨어난 멍게는 올챙이랑 유사하게 생겼다. 이 우렁쉥이 올챙이는 바다라는 커다란 동네에서 포식자를 보면 피하면서, 자신이 평생 살 곳을 찾아 헤맨다. 우렁쉥이같은 생물들은 고착생활을 하는데, 따개비, 굴, 산호나 말미잘 같은 바닷속 생물들이 그렇다. 우렁쉥이가 바위에 한 번 착 달라붙으면 그 바위는 우렁쉥이의 평생 안식처다. 죽을 때까지 거기에서만 산다. 여튼 이렇게 우렁쉥이 유생은 자신이 평생 살 곳을 찾아야하는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척삭과 신경관, 그리고 원시적인 뇌와 눈을 가지고 알에서 깨어난다.
과업 수행이 완료되어 바위에 안착(Settle)하는 순간, 우렁쉥이는 자신의 뇌와 척색을 소화해 에너지로 사용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굶었기 때문이다. 우렁쉥이 유생은 입을 벌릴 수가 없다. 즉 먹지 않고 움직인다. 알에서 깨어날 때, 우렁쉥이 유생은 뱃속에 계란 노른자 같은 난황을 가지고 있다. 이 난황의 영양분이 다 소진되기 전에 자신이 평생 살 바위를 찾아야 한다. 못 찾으면 입이 닫혀 먹을 수가 없으니 그냥 죽는 거다. 주어진 시간은 약 이틀이다. 이틀안에 평생 정착 바위를 찾아 머리를 붙이면 즉시 자기의 꼬리와 뇌를 자기 스스로 먹어버리는데, 이러면 비로소 입을 벌릴 수 있게되고, 항문도 생긴다. 사람은 입과 항문이지만 우렁쉥이 입과 항문은 우리랑 역할이 꼭 같지는 않기에 입수공 출수공이라고 부른다. 여튼 바위에 붙기만 하면 우렁쉥이 입수공으로 플랑크톤이 있는 바닷물이 들어가서 출수공으로 플랑크톤 없는 바닷물이 배출되니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아무 근심걱정이 필요없다.
이 우렁쉥이 생애를 예로 들며 신경과학자 다니엘 월퍼트(Daniel Wolpert)는 <뇌는 오직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움직임을 멈추면 뇌는 필요없어진다.
지구상에서 고착생활을 하면서 뇌를 유지하는 동물은 당연하게 없고, 식물도 뇌가 없는 이유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와 초개인화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전례 없이 편안한 '바위'를 제공하고 있다. 궁금한 걸 물어보면 나한테 엄청난 통찰력이라는둥, 신의 한 수라는 둥 칭찬을 마구 해대며 즉각 답을 써내려간다. 엄청난 통찰력이나, 신의 한 수 평가를 할 수 있는 질문이면 그 칭찬에 합당한 시간을 가지고 대답을 해야할텐데 단박에 답을 해주면, 이건 뭥미?
책은 표지가 맘에 들어 샀더니, 내가 생각한 내용이 아니구나, 그런데 나도 이거 예전에 생각은 해봤었는데,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세렌디피니는 AI시대엔 바이바이다. 물성이 있는 책은 볼 때마다 떠오르고, 만질 때 느낌이 남고, 밑줄 그은 기억이 물성안에 보존된다.
반면 넷플릭스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행여나 내가 이걸 좋아할까 저걸 좋아할까 노심초사하며, 너 이거 한 번 먹어봐 디저트도 준비했어하고 숟가락으로 입에 떠 먹여주지만, 물성이 없어서 버튼을 누르는 즉시 사라진다.
야생 늑대가 인간에게 자신의 먹이를 위탁하게 되었을 때, 먹이 사냥을 위해 사용하는 뇌 용량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AI 시대 인간은 전방위적으로 지적 노동을 AI에게 외주 주고 있다. 조금 있으면 신체적인 노동도 피지컬 AI한테 외주를 줄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일하기 편리해진건 너무나 좋은데, 편리라는 마약에 중독되어서 내가 AI라는 바위에 찰싹 붙은 우렁쉥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P.S. AI 시대에 '물성'과 '사유'를 지키기 위해, 공유서점 <사서고생>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혹시 이 글이 마음에 와닿으셨다면, 우리가 준비한 공간도 흥미로우실 겁니다. 텀블벅에서 파운딩 멤버를 모집 중이니 한번 구경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