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낭만주의자였네!
어린왕자라는 생떽쥐베리 소설을 좋아한다. 읽을 때마다 마치 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할 때, 어른들은 본질적인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들은 '그 애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애는 어떤 놀이를 제일 좋아하니? 나비 수집을 하니?'라고 묻는 법이 없다. 대신 '그 애는 몇 살이니? 형제는 몇 명이지? 몸무게는 얼마니? 그 애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니?'라고 묻는다. 숫자만 대어주면 그제야 그들은 그 친구를 다 알았다고 믿는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앉아 있는 분홍색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참 좋은 집이구나!' 하고 소리친다.
우리는 어쩌면 날마다 거대한 계산기 위에서 걷고 있는 것도 같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돈으로 평가될 때 설득력이 있다. 화폐로 설명하지 못하는 모든 일들은 다 노는 것이 된다. 나 어릴 때 우리 엄마는 분명 집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남이 뭐하냐고 물어보면 늘 자신을 논다고 표현했다.
내가 공유서점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주변에 이야기했을 때 주변에서 나한테 많이 한 말이 있다.
"너 돈 많아?"
서점은 ROI(투자수익률)가 안나오는 사업이므로 이걸 한다는 건 속칭 돈 지랄로 보였던 건 당연하다. 요즘 코스피를 보면 당장 서점에 투자할 돈을 빼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것이 효율적인 '투자'다. 내가 서점을 하는 것은 '낭비'다. 이렇게 낭비를 하니 사람들은 내가 부자인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난 부자가 전혀 아니니, 부자들의 특권인 이런 낭비를 내가 하다가는 거지꼴이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효율적인 자금 운영측면에선 이건 할 일이 아니다.
요즘 이런 행동을 표현하는 말이 있는데 "낭만있네"라는 말이다. 그렇다 나도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난 낭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점도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것이 '투자의 정석'인 시대에 서점을 여는 것은 진정한 낭만주의자의 면모다. 그리고 이런 낭만은 돈 많은 부자라고 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 부자들은 엄청 바쁘다. 왜냐? 돈버느라고. 내 주변 부자들 가운데 돈쓰느라 바쁜 부자는 단 한 명도 없고, 모두들 돈 버느라 바쁘다. 이래야 부자가 되는 것이다. 부자들일수록 돈이 돈을 버는 것을 잘 알아서 단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고 부지런히 돈을 벌게 하고 있다. 난 부자가 아니니까 이런 낭만주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몇년 전 유행했던 드라마가 한 편 생각이 난다. <미스터 썬샤인>이라는 제목이었는데, 거기 남자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이런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는 존재는 적어도 지구에선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사서고생이라는 공유서점이 영광스럽게도 저 무용한 것에 낄 수 있다면, 나는 무용한 것들을 창조하는 과정에 기꺼이 나의 수고로움을 더하고 싶다. 그 비효율적인 숭고함에 내가 낄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영광이고, 내가 비로소 인간이라는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나는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그리고 서점,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멎는 곳에서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요 "
공유서점 사서고생 텀블벅 펀딩 중입니다. 구경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