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고생21. 크라우드펀딩 시작

꼭꼭 숨어 있는 동료를 찾아라

by simple life

동화에서 야수를 왕자로 만드는 것은 벨의 사랑이었다. 현실에서는 물론 돈이면 된다. 공유서점을 하겠다는 그야말로 한 마음으로 건물부터 덜컥 계약해 둔 터, 방법을 찾아야 했다. 돈도 돈이지만, 더욱 간절한 것은 우리들의 공간을 함께 꾸려나갈 파트너였다. 바로 이때 일거양득 일타쌍피로 우리팀 동료가 생각해 낸 것이 펀딩이었다. 그래 부족한 돈도 모으고 어디 숨어 있는 우리들 같은 사람들을 찾을 수 있겠구나. 나는 흥분해서 대뜸 내가 펀딩을 맡겠다고 했다. 으이그~~~ 주제파악이 안되었던거다.

2층이 사서고생으로 곧 오픈을 한다

좀 알아보니 펀딩 플랫폼도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와디즈, 텀블벅,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디 등등. 그중에서 우리 동료들이 가장 많이 있을 거 같은 플랫폼이 텀블벅이었다. 텀블벅은 문화예술창작자 펀딩 플랫폼이고, 와디즈는 테크나 가전제품등이 많은 플랫폼이고 가장 많은 사용자가 있었다. 와디즈에서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돈도 돈이지만 우리 사서고생이라는 공간을 함께 꾸려갈 파트너들이 더 절실했기에 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을 선택했다.


공간은 공유하는 사람으로 그 의미가 결정되는 것이다. 독립출판이나 굿즈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님들을 만나고 싶었고 그런 분들은 텀블벅에 많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했다. 펀딩 플랫폼에 회원 가입을 하고, 펀딩 신청을 위해 창작자 페이지를 열고 보니, 당최 뭐가 뭔지 알기가 어려웠다. 펀딩 플랫폼에서 물건도 구입해 본적이 없는데 펀딩 기획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늘 느끼지만 무식하면 용감하고 행복하기까지 할 수 있다. 자신의 무식을 알기전까지는 말이다.


주제파악이 되고 나니, 이거 괜히 맡았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우리팀엔 이미 텀블벅에서 펀딩을 해본 동료가 있었는데...그땐 그걸 몰랐네, 버스는 이미 떠났다.

이 사진으로 펀딩을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썼던 글들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기획을 시작했다. 내가 가진 건 열정과 진심뿐이라 진심가득 꾹꾹 눌러담아 써 내려갔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또 읽으며 진짜 진심 가득한 내용이라고 스스로 자뻑하고 주변에 읽어보라고 하니

"뭔 말인지 모르겠다"가 대답이었다.

그렇다 공유서점이라는 컨셉이 널리 알려진 컨셉이 아니었던 것이다. 말로 설명해도 선명하지 않을 그 개념을 글로 설명하려 애썼지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뇌과학이 말해주고 있다. 텍스트를 읽는다는 행위는 뇌의 해킹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그리고 누가 돈을 쓰기 위하여 고통스러운 뇌 해킹을 열심을 내어 하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모든 광고가 감각적인 것이다. 뇌를 괴롭히지 않고 바로 느끼고 결제할 수 있도록. 그렇지만 우리 공유서점은 그렇게 결제하게 하면 안된다. 뇌를 괴롭히고, 다시 또 괴롭혀서 결제를 해야하는 것이다. 도대체 마케팅에서 이런 게 가능하긴 한건지, 이런 사람들을 찾는 걸 극강의 난이도라고 부르나보다. 최선을 다해 내용을 요약하고 이모지를 중간중간 넣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볼드체를 중간중간 사용하고 어찌저찌 펀딩 페이지를 완성했다.


펀딩 리워드도 구성해야 했는데, 나의 리워드 목표는 동료를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3만 원짜리 굿즈 픽업권 다음이 곧바로 39만 원(레귤러 6개월), 69만 원(VIP 12개월), 그리고 무려 120만 원(VVIP 24개월)이었다. 나는 한달, 두달 같이 하다가 떠날 사람들을 찾는 것이 아니었다. AI시대, 우리의 지성과 물성과 연대가 실현되는 그런 공간이 자본주의적으로 실현되기를 바라고 시작한 일이었고, 이 철학에 동의하는 동료가 내 곁에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일종의 배짱으로 리워드를 구성했다.


다들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큰 금액의 리워드, 그것도 예쁜 굿즈나 책도 아니고, 이제 막 철거된 현장사진으로 설득된 타인들을 그것도 딱 3주간의 펀딩으로 모으는 것은 기적이라고 나에게 잘 알려줬다.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당시에는 그 말이 와 닿지가 않았다. 무조건 될 거 같았다.


나만 AI가 만드는 이미지에 충격을 받고, 인간인 내가 컴퓨터를 상대로 나를 증명하며 살고 있는 것에 의문을 품을 리는 없다. 그 뿐이 아니다. 나도 내 공간을 갖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뭘 하지 않아도 가 있을 수 있는 곳, 가면 환대가 있고, 대화가 있고, 성장이 있는 공간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다만 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비용을 내가 지불할 능력이 부족해서 포기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연대로 그걸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걸 왜 망설이겠는가? 동료만 찾으면 다 함께라면 이걸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이건 무조건 되는거야!


내가 신청한 요금제는 프리오픈 기간이라는 것이 있어서 약 2주동안 홍보를 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텀블벅 앱에 들어가 '알림 신청' 숫자를 확인했다. 펀딩 프리오픈 하자마자 여기저기 다 알려서 하트를 누르라고 나에겐 홍보, 받는 사람한텐 협박을 했다.


2주후 펀딩은 오픈했다. 솔직히 프리오픈 기간이 끝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우리 펀딩을 알고 달려와서 결제를 할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500만원으로 설정해 놓은 목표금액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오픈 후에 알았다. 펀딩을 모르는 내가 이 기획을 맡아서 할 때, 나는 목표액은 당연하게 천만원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펀딩 경험이 있는 동료가 옆에서 말리는 것이다. 목표액 후원이 안되면 아예 후원금을 못받는다는 말과 함께.


나는 천만원도 후원이 안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의견 수렴의 차원에서 액수를 낮춰 500만원으로 목표금액을 정했다. 그리고 이 금액이 엄청나게 큰 금액이라는 것을 펀딩을 진행하면서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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