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투자하는 방법
내가 돈의 신도로 금융자본주의에 입교를 하고, 끊임없이 교리공부에 매진하다보니, 예전에 내가 보았던 이 세상이 얼마나 좁고 얕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돈의 신도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돈을 불리고 있었는데, 나는 멍청하게도 은행에서 주는 쥐꼬리만한 이자가 전부인 줄 알고 있었고, 빚 안지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는 옛시절의 허사를 진실되다고 생각하고 주변에도 그렇게 말하고 다녔으니 창피함이 끝이 없다. 이제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회계하고 돈을 벌 각종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주식은 1년만에 2배가 되고, 채권 투자는 생각보다 금리에 대한 방향성을 잘 알아야할 수 있단 걸 알게되니 주식과 채권 매수 버튼 누르는 것이 너무도 두려워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동안 내 돈을 가지고 은행 좋은 일만 시킨 것도 억울한데, 더 잃을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돈 벌 방법을 궁리하다보니, 문득 금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유튜브 설교를 들으며 돈을 벌 다짐을 하고 있을 때, 설교를 하는 한 성직자가 돈과 화폐를 구분해야한다고 설파하면서 진정한 돈은 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래! 금을 사자! 당장 동네 금은방으로 달려가려다, 갑자기 유동화와 채권화 교리가 머릿속에서 번쩍였다. 그래! 교리 공부를 해두길 천만다행이구나. 금은방에 가서 금을 사는 것은 금융자본주의 교리를 배운 돈의 신도가 할 일이 아니다. 분명 핸드폰으로 금을 거래할 수 있게 한 상품이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한국거래소(KRX)
알아보니 한국거래소라는 금시장이 있었다. 증권사 계좌로 금을 살 수 있는데, 금현물 전용 계좌를 새로 개설하거나, 이미 증권사 계좌가 있다면 계좌 추가 개설을 하면 된다. 여기서는 콩알금 즉 금 1g단위로 거래를 할 수 있다. 주식 거래하듯이 매수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것이다. 거래소 안에 금을 두면 10% 부가세도 면제이고, 금값이 올라서 생긴 차액에 대한 세금도 면제이다. 심지어 돈의 신도 가운데 급이 좀 높은 신도들이 내는 세금인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도 제외된다.
이 정도면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으로 당장 달려가서 금을 사야할 것도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기만한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좀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그러면 그렇지 금을 내 집에 가져다 두려면 거래소에 둘 때 면제되었던 부가세를 내야한다. 이 비용이 [인출시점의 금시세 × 인출 수수량]의 10%다.
인출 수수료도 따라 붙는다. 내가 거래소에서 산 금은 한국예탁결제원(KSD)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보관 수수료도 내야한다. 그리고 모든 수수료에는 부가세 10%가 별도로 따라 붙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일부 증권사는 금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일일 보관료(약 0.0002% 내외)'를 야금야금 인출해간다. 이거 완전 내가 호구되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이게 끝은 아니다. 금을 인출할 때 내가 가지러 가는 것이 아니니, 배달시에는 보안 운송 업체에 지불할 특별 비용도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금 판매소가 아니라 금 거래소라는 이름이 붙은 거로구나. 좀 생각을 더 해봐야겠다. 금을 살 만한 다른 시장이 있을 것이 분명하지.
금ETF
얼마전 교리를 잘 모르면 ETF(Exchange Traded Fund)를 하면 된다고 알려주신 신도들이 떠올라 찾아보니 역시 금도 ETF가 있었다.
금 ETF는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일단 첫번째는 실물기반 ETF이다. 실물 기반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빨리 금융자본주의에 입교하여 돈의 신도가 되는 것을 추천한다. 여튼 이 실물기반 ETF에 매수 버튼을 누르게 되면 내가 실물의 지분을 소유하게된다. 실물 금값이 오르면 내 ETF도 오르고, 실물 금값이 떨어지면 내 ETF도 떨어진다.
두번째는 금 선물 ETF다. 물론 이 선물은 생일에 주는 그 선물은 아니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 금을 얼마에 사겠다는 약속을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진짜 대단한 금융기술아닌가? 뭐든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선물기반 ETF는 금을 살 필요가 없으니, 운용비용이 많이 저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건 계약서를 기반으로 하니 계약기간이 있을 것이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갱신해야한다. 이걸 신도들은 롤오버(Roll-over)라고 하는데 롤오버에도 비용이 든다. 선물ETF가 금을 보관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보관해야하고 그건 비용이다. 그러니까 롤오버마다 운용수수료에 포함되지 않는 그 비용은 나도 모르게 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은 합성ETF다. 이건 그야말로 금융의 최고 기술인데, 운용사가 직접 금을 사거나 선물 계약서도 없다. 그냥 다른 금융기관(투자은행 등)과 '수익률 스와프(Swap) 계약'이란 걸 맺는다. 계약서의 내용은 "내가 신도들에게 받은 돈을 너에게 맡길 테니, 너는 금값이 오른 만큼의 수익률을 보장해라" 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신 운용사는 은행에 비용을 지불한다. 금값이 오르면 은행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10%의 수익을 ETF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은행이 망해도 내 ETF는 괜찮다. '담보(Collateral)'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주식이나 채권을 제3의 기관에 담보로 맡겨야한다. 금값만 안 떨어지면 되는 것이다. 물론 대공황 같은 것이 와서 자산 시장이 폭락하면 그땐 방법없다.
금통장
금통장을 은행에서 개설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은행에 데인 나는 절대 하지 않을 방법이다. 방법은 내가 원화를 입금하면, 은행이 그 금액만큼의 금을 국제 시세에 맞춰 그램(g) 단위로 통장에 기재해주는 방식이다. 나는 금을 0.01g 단위로도 살 수 있다. 그런데 국제 시세로 사니 환율이 중요해진다. 국제 금 시세($)와 원/달러 환율이 곱해져 가격이 결정되니까. 금값도 오르고 달러도 오를 때 제일 좋고, 금값이 내리고 달러도 내린다면 저주가 된다.
그리고 은행이 절대 이런 일을 공짜로 해주진 않는다. 살 때와 팔 때 각각 매매기준율의 약 1%를 은행에 바쳐야 한다. 샀다 바로 팔기만 해도 자산의 2%가 증발해버린다.
금값이 오른다면 수익은 배당소득으로 해석되어 15.4%: 를 원천징수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나는 낼 일은 없지만 이자 또는 배당 소득과 합쳐져 2,000만 원을 넘긴다면, 종합소득세도 내야한다.
당연 투자상품이라서 '예금자 보호법'에서 지켜주는 원금 보장도 없다. 금값이 떨어지면 내 원금도 깎인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나는 금을 투자하려는 것인가 소유하려는 것인가부터 헷갈리기 시작한다. 투자하는 거라면 실물 금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나는 실물금에 자꾸 연연하게된다. 교리를 다시 한 번 복기해보니 모든 화폐는 채무증서라서 이자가 따라붙는다. 그렇지만 금은 채무증서가 아니니 이자가 붙지 않는다. 그러니 돈을 예금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쥐꼬리만한 이자마저 포기해야한다. 금값이 오를 때만 수익을 주고 금값이 내려가면 나는 이자+원금 더블 손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화폐가 계속 늘어나는 시대엔 금값이 떨어질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 잠시 교리를 잊고 금은방으로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