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의 의미
펀딩에 성공을 해서 부자들은 큰 돈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게는 엄청난 금액이 숫자로 보이게 되니 그 다음에 밀려오는 건 책임감이었다. 쓰레기만 쌓여 있던 폐가를 고쳐서 강화도 한옥스테이 편안집을 만들 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백만원이라고 내가 한탄하는 돌담을 쌓을 때만해도 안되면 우리끼리 노는 거였다. 우리 내부에서조차 편안집 가격내리고 홍보팀 부르자고 할때도 눈빛으로 차단할 수 있었던 건 우리끼리만 합의하면 되는 거라서였고 다들 동의할 거라고 믿어서 였다. 그런데 이제 입점 사마인만 60명이 넘는다. 이제 나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의 2년을 책임지고, 약20명의 1년을 책임지고 약 30명의 6개월을 책임져야한다. 심지어 100%결제다.(딱 한 분은 누락되었는데 따로 연락옴)
처음엔 우리끼리의 꼬질한 서점이었다. 집에 먼지를 이불삼아 코고는 책 가져다 두고, 팔리면 팔고, 우리끼리 놀고 하는 그런 공간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거다. 우리가 아지트 하나 지어서 임대료만 방어되면 공과금은 나눠내더라도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거다. 그냥 다들 책 좋아했고, 책과 함께라면 행복할 거 같았고, 심지어 우리중 한 분은 책방을 하고 싶어 진지하게 고민도 했더랬다. 이렇게 우리끼리 말만하고 있다가 내가 강화도랑 목포에 있는 곳 가보고 임대료 때문에 서울에서는 안된다고 포기하려다가, 갑자기 AI가 업그레이드 된 걸 보고 무슨 사명감같은 게 생겨서 무조건 해야겠다고 퇴근 후 걸어다니며 공간을 찾았다. 일단 좀 넓고,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고, 내가 좋아했던 성북천 근처에 빈 공간을 찾은 즉시, 내가 먼저 계약하자고 보증금을 송금했다. 펀딩도 내가 맡았다. 모든 책임감이 한꺼번에 어깨를 짓눌러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
2년이상 지속가능할 수 있는 운영원칙을 찾아야했다. 이걸 찾지 못하면 나는 사마인(사서고생마이크로인플루언서)들도, 우리 팀도 내 경거망동에 돈을 날리게 만드는 것이다.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전두엽을 활성화시켜야했다. 의자에서 일어나 좀 뛰었다. 계속 걸어다녔다. 그러다 깨달았다.
사서고생은 꼬질한 서점이 아니다. 처음에 짠내나게 인더스트리얼로 가자고 맘먹고 최소장도 동의했을 때 최소장의 나의 천군만마였다. 그런데 곧 깨닫게 되었다. 천군만마는 비싼거다. 특히 최소장같은 하이엔드 건축가가 공간 디자인에 마음을 낸 이상 이 공간은 꼬질할래야 꼬질할 수가 없다. 내가 처음에 최소장의 철근 책장이나 스테인레스 선반에 왜 고개를 가로젓지 못했을까? 그건 그 물성이 인간의 본성인 사유를 표상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보통 사유는 우리 머릿속에 있어서 보이질 않는다. 그건 철근도 마찬가지다. 건물의 속에 있는 그 철근을 대 놓고 바깥으로 내 놓아 책을 보여주는 책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사서고생의 정합성에 이보다 맞는 물성은 없었다. 비싼 것만 빼고. 공사단가가 눈에 보였지만 눈을 감았다.
세상에서 철근서가에 스테인리스 선반을 받쳐서 책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서점은 사서고생밖에 없다. 이 서점은 꼬질할 수가 없다. 꼬질함은 우리의 몫이고 사서고생은 사실 물성과 철학이 결합된 공간이다. 따라서 사서고생은 그 격에 맞는 운영정책을 가져야했다.
이용권이 필요한 서점이구나! 이용권 이름도 지어줘야지! <세렌디피티 보딩패스>줄이면 세보!
세보만 잘 설계하면 사서고생은 공간의 격에 맞는 운영정책을 갖게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내가 이 단어를 꺼내자마자 종교였던 우리가 목소리 높여 투쟁하는 사이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