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고생24.낭만자본주의 암초

이제 그만!

by simple life

내가 며칠간 머리싸매며 구성한 세렌티피티보딩패스 일명 세보의 철학은 간단했다.

1. 우리는 성북천 주변 카페와 경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음료나 디저트는 따로 팔지 않는다. 간단한 커피와 티백 음료를 자동커피머신과 셀프서비스코너에서 이용한다.

2. 우리는 개인의 지식과 취향을 파는 곳이다. 개인의 지식과 취향을 훔쳐(?)볼 수 있는 것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

3. 5천원 바우처를 포함한다. 우리의 취향과 지식을 자세하게 살펴보게 만들 방법으로 세보에 5천원 바우처를 포함한다. 이 5천원 바우처는 한 마디로 뭘 구매해보라는 거다.

4. 세보의 가격은 일반인 12000원(5천원바우처포함, 음료무한제공)/사마인추천인 9600원(5천원바우처포함,음료무한제공)으로 한다.

5. 우리 사마인 가운데 비영리단체에 세보에 포함된 5천원 바우처를 기부할 수 있다.

6. 원칙적으로 예약제로 운영한다.(현장예약 QR로 가능)


안된다고 했다. 세렌티피티보딩패스라는 헛소리 집어 치우라고 분노해서 뛰쳐나갔다. 회의 중 2번 뛰쳐나갔는데, 그런 모습은 처음 본다. 다른 이도 서점이 이용료를 받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 방법이 우리의 낭만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다들 귀에서 튕겨나가는 것 같았다.


'교보문고도 안받는 이용료를 우리가 왜 받냐"

"돈 내고 들어가는 서점엘 누가 오겠냐"

"4월 한달이라도 프리오픈기간으로 해서 무료로 일단 해야한다"

이럴 때 쓰는 말이 피터지게 싸운다구나.


피는 안터졌지만 며칠 간의 치열한 투쟁끝에 세렌티피티보딩패스로 사서고생을 운영하는 것에 겨우 동의를 했다. 물론 다 내 뜻대로는 아니다.

1. 사마인 1인당 한달에 3명의 바우처 없는 무료초대권을 발행한다.

2. 공정무역투어나 기타 지역과 연대하는 투어시 무료로 진행한다.(예약필수)

image.png 4월 200매 한정으로 제작한 4월 세린티피티보딩패스

정말 기적적인 타결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너무 과업지향적이라서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구나!

일에 몰두에서 우리 팀의 낭만을 잊어버리고 생존 모드로 너무 달려갔구나! 아마도 이런 투쟁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위의 두 조건은 너무도 당연한 거였는데,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어린왕자가 그토록 이상해하는 숫자로만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이 될 뻔 했던 것이다.


다시는 이러면 안된다! 나는 절대로 숫자가 아니면 이해를 할 수 없는 그런 어른이 되어버리면 안된다. 그러고도 이 사서고생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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