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독학 일기 -14

평범한 주부의 좌충우돌 피아노 독학기

by simple life

요즘 연습하는 <디 엔터테이너>라는 곡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곡이다. 오래된 영화 <스팅>에 나오는 곡이어서 음악에 문외한인 나도 어딘가에서 들은 듯한 그런 곡이다. 그런 만큼 빠른 곡이어서 연습을 하는데도 어깨가 으쓱댄다. 우리 아래층은 피아노 선생님이 사는데, 그분이 어제 우리 집에서 내가 연습 중인 이 곡을 나를 위하여 쳐주고 가셨다. 왼손 음역을 넓게 사용하여 반주가 너무 풍성해서 원래도 꽉 찬 곡이 더욱더 화려하고 멋지게 들렸다.


아~~~


나는 언제 그렇게 쳐보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피아노 옆에 앉아서 열심히 열심히 연습을 한다.

한창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데,


"엄마는 이곡의 앞부분 따라라 단 따라 따라라 단 따라를 빼먹고 친다" 고 딸이 말하고 간다.


사실 디 엔터테이너 악보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좀 쉽고 다른 하나는 오른손 음역이 넓어 더 어렵다. 나는 쉬운 걸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악보에는 앞 전주 부분이 없다.


으으~~ 딸은 한 술 더 떠 인터넷 음악사이트에 들어가 들어보라며 엄마가 빼먹고 치고 있다고 난리다. 딸 덕에 나는 디 엔터테이너를 지은 스콧 조플린이란 사람이 흑인이고, 그의 음악이 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피아노를 치게 되면서 우리 집은 모두 음악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세돌이 되어가는 아들도 노래 부르면서 피아노 치는 흉내를 내어 식구들에게 웃음을 준다. 남편은 내 피아노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다며 옆에서 코치를 한다.


사공이 많아서, 내 피아노가 어디로 가게 될지...

그래도 어찌 됐건, 피아노는 재밌고, 나에게 기쁨을 준다.


요즘 나는 아들에게 피아노에서 '도'가 어디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는데, 아들에게 피아노 음자리를 알려 주면서 이제야 피아노 기본서에 나오는 두 친구, 세 친구란 말을 이해해 가고 있다. 나는 사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피아노 앞부분을 제꼈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은 이 말이 왜 필요한지 도무지 몰랐다는 뜻이다.


두 친구란 피아노 검은건반이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고, 세 친구란 피아노 검은건반 3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내가 아무리 피아노에 문외한이었어도 피아노에서 가온 도가 어디 붙어 있는 줄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지적 능력을 기준으로 이제 36개월짜리 우리 아들에게 여기가 "도"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아들의 도는 도의 위치를 물어볼 때마다 달라진다. 흰건반 아무 데나 누르며 도라고 내게 말해준다.


이때 나는 알았다. 반주 기본서 첫권이 제법 많은 페이지가 바로 이 도를 알려 주기 위하여 있다는 것을. 그래서 얼핏 읽은 대로 두 친구라고 말하여 검은건반 두 개를 눌러주고, 세 친구라고 말하여 흰건반 세 개를 눌러주었다. 그 후 두 친구 바로 아래를 도라고 가르쳐 주니 훨씬 수월하게, 헛갈리지 않고 아들이 도를 찾는 것이다.


요즘 나는 딸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하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1층에 보내고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딸이 피아노를 금방 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눈치다. 딸이 요즘 피아노 시작하는 연령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선생님 말씀엔 "적기"다.


하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알려주는데, 36개월짜리에게는 며칠이 걸리지만 7세 아이에겐 5분이면 된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은 이미 피아노에서 높은 음자리표와 낮은 음자리표를 다 대입해 볼 줄 안다. 그렇다면 36개월이 적기인가? 만 7세인 딸이 적기인가? 아니면 나처럼 35살이 적기인가? 적기란 의미는 생활 속에서 진정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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