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독학 일기 - 16

평범한 주부의 좌충우돌 피아노 독학기

by simple life

나는 사실 어떤 특별한 열정이 있어서 피아노를 배운 것도 아니고, 피아노에 대한 애절함이 있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 피아노가 생기고, 우리 집에 자리 잡은 피아노가 아까워서 피아노를 시작한 경우다. 그런데 배우다 보니 피아노는 생각보다 쉬웠고, 기대보다 내게 큰 기쁨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피아노를 배워가다 우연히 악보를 가지고 각종 장난을 치게 되었다. 그 장난이란 다름이 아니라 같은 곡을 가지고 왼손 반주를 바꾸어서 연주를 해 보는 것이다. 반주를 바꾸면 자연히 속도도 좀 달라진다. 연주하는 모든 곡을 왼손 반주를 바꾸어 보면 깨닫는 게 있지만, 특히 <콰이강의 다리>라고 불리는 곡은 왼손 반주가 바뀔 때마다 느낌이 쏠쏠하다. 이 곡을 가지고 왼손 반주를 다양하게 하면 아주 재미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콰이강의 다리>는 악보엔 <보기 대령의 행진곡>이란 제목으로 되어 있는데, 보통 휘파람 곡으로 귀에 익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곡을 힘찬 행진곡 풍이고, 왼손 반주는 행진곡 풍으로 코드 3음을 동시에 눌러 준다. 그러면 힘찬 행진곡이 연주되는데 아들은 이 곡에 맞춰 걷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이곡을 왼손 아르페지오로 천천히 연주하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으로 바뀐다. 딸은 아르페지오로 치는 서정적 <콰이강의 다리>를 감미롭게 듣는다.

그러다 얼마 전 금난새의 <찾아가는 음악회>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거기서 금난새 님이 비발디의 <사계>를 가지고 연주 속도를 다르게 연주하면 아주 다른 곡이 된다며 실내 오케스트라 연주로 시범을 보여 주셨다. <사계> 가운데 '봄'도 빠르게 연주하면 활기찬 곡이 되지만 천천히 연주하면 서정적인 곡으로 바뀌었다.

아~ 내가 늘 이렇게 피아노를 가지고 놀았는데...... 그러면서 금난새 님의 지휘에 따라 사계를 듣는 와중에 갑자기 드는 생각이란 '이런 게 일종의 편곡인가 보다'. 사실 피아노로도 비발디의 사계를 친 일이 있다. 피아노로 치는 사계는 오케스트라와 사뭇 다른 느낌이 난다. 피아노가 오케스트라가 내는 음역을 모두 낼 지는 모르지만 오케스트라만큼의 풍성함은 없다. 그건 연주자의 수에 따른 문제 일수도 있겠고, 비발디가 <사계>를 작곡한 이후 피아노가 탄생해서 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렇다. 학교에 다닐 때도 시험을 보기 위하여 편곡의 개념을 배웠던 것 같다. 그러나 곡을 어떤 악기로 어떻게 연주하는 가에 따라 음악이 달라지는 것을 확실히 알고 느끼게 해 준 것은 피아노이다.

언제 시간이 되면 한번 해 보시라. 꼭 <콰이강의 다리>가 아니어도 좋다. 왼손 아르페지오 반주에 <학교종이 땡땡땡>을 천천히 쳐보고 행진곡풍 반주로 빠르게 <학교종이 땡땡땡>을 쳐보고 평범한 도솔미솔반주로도 쳐보시라.

얼마나 다른 곡으로 느껴지는지 느낌이 확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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