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수학부터 시작하는 수포자 탈출기 - 1
아들아이가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을 한다. 아들아이는 지금까진 학교 수업시간에 딴 짓 안하고 집중하는 것 하나로 그럭저럭 학교 생활을 무난하게 해 나갔다. 그런데 6학년 겨울 방학이 다가오자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선행학습이나 예습을 하는 아이들이 중학교 학습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나보다. 갑자기 나한테 중학 수학 문제집을 사달라고 한다.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문제집으로 하나를 사 주었다.
아들아이 문제집을 사 주면서 나는 수포자의 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았던 계기가 되었던 내 중학교 시절이 떠 올랐다. 초등학교 때까진 나도 지금의 우리 아들처럼 그럭저럭 학교 생활을 해 나갔다. 초등학교 시절의 성적에는 별다른 공부도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다닌 학교가 강남 8학군이 아니어서 였을 수도 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왠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일단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문제집에서 시키는대로 문제를 나름 열심히 풀면서 학교를 다녔다. 성적은 그럭저럭 나왔으나 이미 수포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음을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 알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수학이란 애시당초 수학이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나는 수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푼 것이었으니, 동쪽으로 간다고 하면서 서쪽으로 달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행동이었고, 내 행동의 결과는 내 꿈의 포기였다. 당시 나의 꿈은 과학자였다.
아들의 중1 수학 문제집을 손에 들고 나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가 된 이제라도 수포자의 길에서 나와야 겠다. 중1 수학이면 수포자의 길에서 벗어나기에 크게 나쁘지 않은 시작이 아닌가?
나는 아들에게 문제집을 건네주기도 전에 식탁에 앉아 중1 수학의 목차를 살펴보았다.
I. 자연수의 성질
01 소인수분해
02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Ⅱ. 정수와 유리수
03 정수와 유리수
04 유리수의 계산
Ⅲ. 방정식
05 문자와 식
06 일차방정식의 풀이
07 일차방정식의 활용
Ⅳ. 함수
08 함수
09 함수의 그래프와 활용
중학생이 아닌 어른이 되어서 보니 딱 보아도 모두 수(數)에 관한 내용이다. 하긴 난 중학교 1학년 때 수와 숫자도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할 만큼 수학에 문외한이었다. 당연하게 수를 분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고, 왜 해야하는지도 몰랐다. 단지 그냥 교과서와 문제집이 있어서 풀었을 뿐.
어른이 되서 목차를 보니 중학교 1학년 처음 수학 공부를 위해서는 일단 자연수가 뭔지도 알아야 한다. 한 때 수포자였던 나도 이제 나이를 먹고 수학책을 보니 살아온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자연수가 뭔지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수가 뭔지를 알게 된 계기는 바로 우리 아들이었다.
우리 아들이 서너살 때였던 거 같다. 어느날 그것이 레고였는지, 귤이 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들이 갑자기 뭔가를 두고 개수를 셀 때였는데, 아들이 세던 그 말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한 개, 두 개, 세 개, 많 개"
그 때 나는 자연스레 알게 되는 수인 자연수에는 0이 포함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인간이 0을 인식하는 것은 상당히 난이도 있는 고차원적 사고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한자에도 없다는 뜻의 무(無)는 있지만 숫자 0에 해당하는 말이 없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도 숫자 0을 대신하는 다른 말은 공이 있는데, 이 말은 비었다(空)는 뜻이거나 0이 동그란 모양이어서 공(ball)이라는 모양을 흉내낸 말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수 세기에서 비롯된 자연수에 대한 나의 통찰은 자연수는 1에서 시작해서 1, 2, 3, 4, 5, 6… 등 끝이 없겠구나 하는 하나와 이 자연수의 쓰임은 당연하게 사물의 수를 세는 것이구나 하는 둘이다. 서너살 된 우리 아들이 사용하듯이.
이렇게 생각하고 네이버 검색창에 자연수를 검색했더니
1부터 시작하여 1씩 커지는 수를 말한다. 자연수끼리 더하거나 곱하면 그 결과는 항상 자연수이지만 자연수끼리 빼거나 나누면 그 결과가 항상 자연수는 아니다. -어린이 백과-
1, 2, 3 등과 같이 수의 발생과 동시에 있었다고 생각되는 가장 소박한 수로 양(陽)의 정수(整數)에 해당하며, 덧셈과 곱셈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뺄셈과 나눗셈은 자유롭지 못하다. 이론적으로 확립된 것은 이탈리아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G.페아노(1858~1932)가 '페아노의 공리'라 불리는 공리계를 발표한 데서 시작되었다. -[natural number, 自然數] (두산백과)
자연수는 양의 정수인1, 2, 3 을 뜻하며, 사물의 개수를 셀 때 쓰이는 수여서 가장 '자연스러운 수'라고 할 수 있다. 자연수라는 이름 또한 그러한 뜻에서 붙여졌다.
명칭과 기호 : 자연수는 가장 자연스러운 수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데데킨트가 자연수를 뜻하는 독일어 natürliche Zahl의 머릿글자 n에서 따와 자연수의 집합을 N으로 나타낸 이후 널리 쓰이게 되었다. 자연수 [natural number] (수학백과, 2015.5, 대한수학회)
네이버 검색에 자연수를 검색해 보았더니 자연수라는 이 개념에도 0을 둘러싸고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수포 아줌마의 길에서 나오기로 마음 먹은 나에게 그런 것들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았고, 다만 나의 이 아줌마적 통찰이 수학자들과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다는 사실에 "아싸"를 외쳤다. 나는 아마도 수포아줌마의 길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 같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혹은 아줌마로서의 생활을 바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