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무릎꿇는 속절 없는 인간의 삶
칸 영화제 경쟁 부분 초청작이자, 부산 국제 영화제 초청작이라는 더 홈즈맨은 제2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로 불릴듯하다는 토미 리 존스가 감독과 주연을 겸한 영화이다. 영화의 원작은 글랜든 수워사우트(Glendon Swarthout)라는 미국의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 작가의 소설은 국내에 번역된 것이 한 편도 없어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 영화를 통하여 처음 보는 것이 된다. 그래서 토미 리 존스라는 훌륭한 배우이자 감독이 될 듯한 사람이 만든 영화라고 이해하면서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내용은 광활하지만 황량한 내브라스카 들판에서 한 여자가 말 두 마리로 밭을 갈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 여자는 서부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메리 비 커디(힐러리 스웽크)라는 인물이다. 메리는 강직하고 교양 있고 친절하고 홀로 밭을 갈 만큼 독립적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그녀가 간절하게 원하는 결혼을 하지 못한다.
내가 20대였을 때만 해도 여자는 25세 이전에 결혼하는 경향이 강했다. 오죽하면 여자의 나이를 크리스마스 케익에 비교하는 유머까지 공공연하게 회자되곤 했다. 그런데 20년이 흐른 요즘 그런 유머는 성희롱에 가깝게 되었고, 남성이건 여성이건 초혼 연령이 30세가 넘는 것을 보면 인간 삶의 싸이클은 여지없이 환경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같다.
메리는 강직한 성격으로 인해 그녀가 사는 마을의 정신이상자 여성 3명을 여자 홀몸으로 동부지역으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왜 여자만 정신이상자가 될 수밖에 없는지는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남자들도 꺼리는 그 일을 맡게 된 메리는 남의 빈 집을 무단 침입하여 양을 잡아먹은 죄로 자경단에게 잡혀 나무 아래 결박당해 있는 조지를 만나게 된다. 손은 결박당하고 목에 밧줄이 걸린 채로 말에 태워 죽을 판인 조지(토미 리 존스)를 메리는 자신이 맡은 험난한 임무를 돕는 조건으로 풀어주고 고용한다.
로드무비가 그러하듯 그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상호 교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버려진 뼈 더미를 발견하고 신앙심이 강하고 인간의 존엄을 믿는 메리는 뼈 매장을 헛수고라며 거부하는 조지에게 먼저 가라고 한 후 자신이 삽으로 그 뼈들을 다 묻는다. 기진맥진한 메리는 먼저 간 조지를 따라 잡기 위해 말에 탄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 쓰고 초죽음이 된 메리가 밤 내내 달려 당도한 곳은 자신이 뼈를 묻어준 바로 그 무덤, 메리는 굶주림에 풀을 뜯어먹은 후 말을 타고 혼절의 상태가 된다. 그러자 천천히 메리를 태운 말이 조지를 찾아간다. 조지와 다시 만난 후 메리는 조지에게 청혼을 하지만 거절당하고 조지에게 애걸하다시피 하여 하룻밤을 함께 한 후 자살한다.
그동안 인간에 대한 존엄도 없고 이기적이던 조지는 메리를 땅에 묻고 여자들을 데리고 다시 동부로 떠난다. 갖은 고생 끝에 동부에 도착한 조지는 목사 부인에게 데리고 간 여자들을 맡기고, 수레와 말까지 줘버린다. 동부에 도착한 조지는 때 빼고 광내며 잠시 남은 인생을 살아보려고 하지만 메리가 준 어음이 부도났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서부로 향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삶이란 삶을 둘러싼 환경에 얼마나 좌우 되는지! 그래서 인간의 삶은 단 하루도 쉬이 가는 일이 없다. 삶이 녹록지 않기에 영웅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는 내내 알 수 있다. 그러나 내 기준에 따르면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한 조지 정도만 되어도 일상의 늙은 영웅이고, 늦게 철이 조금 든 이 늙은 영웅이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메리 같은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그녀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정작 메리 스스로조차 자신의 가치를 매력 없다는 남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평가절하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메리의 캐릭터가 내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왜 메리는 서부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는지 영화에서는 이야기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메리가 뉴욕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교육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어떠한 경로로 그녀의 지적 능력과 교양이 잘난 척이 되고 마는 서부에서 살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천으로 만든 피아노 건반 모형을 들고 다니며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 노래가 비록 찬송가이지만 서부 여러 사람들 가운데 가장 교양 있고 지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지적능력과 교양도 그녀를 둘러싼 서부라는 황무지 환경 앞에선 속절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서도 짐작가능하듯이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한 조지 일 텐테 나는 여자라서 그런지 메리에게 더욱 눈길이 간다.
영화의 첫 장면은 광활하고 황량한 벌판에서 시작하는데, 그곳에서 홀로 말 두 마리를 부리며 밭을 갈고 있는 메리의 모습을 본 사람 가운데 누가 그녀의 허망한 죽음을 예측할 수 있겠나 싶다. 홈즈맨은 환경앞에 속절없는 인간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