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쉬운거 아니더라
2021년이 지나간다.
시간에 뭐 금 그어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제 2021년 이라 이름표 붙인 시간은 다시 오지 못할 것이다. 요즘은 인생100세 시대라고 이름표 붙이던데, 요즘 기준으로도 내 인생은 후반기로 접어 들었다.
인생의 전반기 한 20년은 생활의 기술을 익히기에 힘쓴 삶을 살았다. 그런데도 배움에 느린 나는 생활의 기술을 익히지 못했다. 20년을 익혔는데도 덜 익은 그 기술을 가지고 사회로 방출되었다.
덜익은 기술때문이었을까, 사회가 무서워서 전전긍긍하며 20년 동안 익힌 기술이 무용함을 깨달았다. 상처입은 짐승처럼 어디로 갈 줄 모르고 떨다가 내 주변의 다른 이들을 둘러보았고, 나보다 훨씬 고급지고 세련된 기술을 익혔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중 몇이 나와 같이 떨고 있는 걸 알았다. 사회에 익숙한 초년생은 드물었던 것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소리나게 혹은 소리없이 떨고 있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걸까, 원래 누구나 이런 식으로 사는 걸까 날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하루하루를 버텼고, 버티다 보니 하루 하루 살아지게 된 거 같다. 날마다 익숙해지고 또 날마다 낯설어지면서.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하여 살아왔던가?
왜 그리 불안했던가?
난 어쩜 아름답지만 미숙한 봄을 지나
찬란하지만 혹독한 여름을 거치고
이젠 가을로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가을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있는 것은 아마도 미숙에서 익숙으로 이름표가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제 삶에 조금 익숙해졌는데... 이렇게 되는데 50년이 걸렸다.
익숙해진다는 거, 여유를 갖게된다는 거 그거 쉽지않은 일이더라.
이제 나는 좀 익숙하게 버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