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독학 일기 - 7

평범한 아줌마의 좌충우돌 피아노 독학기

by simple life

요즘 나는 <잊혀진 계절>과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를 치고 있다. <잊혀진 계절>은 어렵지 않은 곡이면서 치면 칠수록 분위기에 젖고 <사랑했나봐>는 샵이 3개가 붙어 신경이 쓰이지만 곡의 분위기도 느끼고 연습하는 보람도 느끼는 곡이다. 사실 <사랑했나봐>는 피아노랑 별로 친하지 않은 곡이라고 생각되고, <잊혀진 계절>은 피아노랑 궁합이 맞는 곡이라고 느껴진다.


중학교 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잊혀진 계절>을 피아노로 연주했던 급우가 있었는데, "우와~!"소리가 저절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나 자신이 신기하기도 하다.


처음엔 피아노를 지나칠 정도로 잘 치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래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내 연주 실력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가 있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피아노도 뭐고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말 그대로 굴뚝같다. 이 시기를 이겨내는데 힘이 되어서 내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공개한다.


"천천히 해봐. 다 돼!"


C F G코드로 <학교 종이 땡땡땡>을 칠 때로 기억된다. 나는 그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학교 종이 땡땡땡>이 막상 초보 피아노 연주자가 되어 단순한 펼침화음으로만 이라도 연주하려니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하도 속상해 예전에 같은 층에 살던 이웃에게 전화를 해서 불평을 했다. 그 이웃집에는 쇼팽, 모차르트, 바흐 등의 이름이 알파벳으로 척 하니 쓰여 있는 고색 찬란한 책들이 있었다. 예전엔 다 쳤던 책들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나랑은 또래의 아이가 있고, 동갑이라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다. 그녀는 내가 피아노와 씨름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야, <학교종이 땡땡땡> 왜 이렇게 어렵니?" 내가 투덜거리자,


"네가 피아노 언제부터 쳤다고 벌써 펼침화음이야! " 이렇게 야단을 치더니,


"어쨌든 천천히 해봐. 다 돼!"


이런 중요한 말을 해 주었다.

나는 당장 피아노 앞에 앉아 아주 천천히 평소에 부르던 멜로디의 10배 이상 천천히 오른손과 왼손을 맞춰 연주해 보았다.


학~~~교~~~종~~~이~~~ 땡~~~땡~~~땡~~~


정말 거짓말처럼 일단은 됐다! 일단 성공한 다음이면 희망이 생기고 그 희망은 성공을 향하여 도전할 수 있는 힘을 내게 주었다.


그 뒤로 나는 새로운 곡을 연습할 때나 손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을 때 항상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든 곡을 아다지오로 친다. 그러면 일단은 된다. 아디지오 빠르기로 충분히 연습을 한 다음엔 그보다 약간 빠르게 하고, 그다음엔 그보다 조금 더 빠르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 30분 정도를 (그 이상도 좋고) 연습하면 며칠 이내에 거의 내가 원하던 만큼 된다. 그리고 다행히 나는 피아노 연주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


피아노는 하루에 최소한 30분 이상의 연습이 필수다. 모든 일에 대부분 그러하듯이 피아노도 "practice makes perfect"이며 "양적 축적이 질적 전환"을 이룬다. 나는 설거지 하다가도 한번 쳐보고, 책을 읽다가도 건반을 눌러보고, 아이들이 내게서 떨어질 때면 여지없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피아노에 연습이 필수이다 보니 좋아하지도 않는 곡을 오로지 연습해야 한다는 목적하에 친다는 것은 고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려면 내가 좋아하는 곡으로 쉬운 곡을 골라서 연습을 하는 것이 피아노로 가는 첩경이 될 수 있다.


연습을 하면서 잘 안될 때, 심지어 잘 될 때조차도 천~천~히 쳐 보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딸과 아들을 키우면서 이 천~천~히를 생활 속에 접목시켜 볼 생각이다. 특히 너무 잘 안될 때와 너무 잘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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