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줌마의 좌충우돌 피아노 독학기
코드는 왼손을 암호화해서 악보 보는 법을 단순화시킨다. 그래서 낮음 음자리표의 공포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 코드는 오선 위에 C F G 등으로 표시되어있다. 사실 C F G 이 세 가지 코드만 알아도 다장조 대부분의 동요를 칠 수 있다. 그것도 왼손과 함께.
C 코드는 도를 으뜸음으로 한다. 당연하다. C가 악보에서 도라는 뜻이니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도는 우리말로 다이다. C 코드는 도미솔이렇게 세 개의 소리로 되어 있다. 피아노에서 건반을 눌러보면 도에서 시작해 하나 건너 하나씩 건반을 누르면 된다.
F코드는 파에서 시작한다. 이것도 당연하다. F가 파의 영어 이름이니까. 파에서 시작해 하나 건너 하나씩 흰건반을 누르면 된다. 소리는 파라도이다.
G도 마찬가지이다. G코드는 솔에서 시작하고 하나 건너 하나씩 흰건반을 누르면 된다. 계이름은 솔시레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코드는 기본적으로 하나 건너 하나씩 건반을 누른다는 것이다. C 코드는 다장조 으뜸화음이다. 왜냐고? 다장조가 도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작하는 음을 으뜸음이라고 부른다. 다는 도의 우리나라 이름이고 도에서 시작하는 음악이라는 뜻으로 이름도 다장조다. 그래서 C 코드는 다장조 으뜸화음이다. 다장조는 대부분 C 코드로 시작해 C 코드로 끝난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그리고 그중 한 가지가 우리나라에서 학교 음악 교육만 받고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 힘들었겠다는 것이다. 과거형을 사용한 이유는 지금은 내가 교육을 받았던 예전과는 달라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기적의 학생이었지만 음악 성적이 양가집 규수는 아니었다. 내가 음악을 못한다고 생각한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건만 음악 성적이 양가집 규수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죽어라 외웠기 때문인 것 같다. 고전파 음악가, 낭만파 음악가 국민음악파 등등을 외웠고, 주요 클래식 메인 테마를 외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 외운 것들이 기억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솔직히 내가 기억력은 꽤 괜찮은 편이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물리공식이나 수학공식도 기억한다. 지리나 생물 사회 이런 과목들은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국어 고전문학 가운데 가장 길었던 관동별곡을 지금도 외울 수 있다. 그런데 음악은 다 잊었다. 나는 무조건 외운 건 무조건 다 잊는다. 내가 기억하는 건 이해를 해서 안 것들 뿐이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 음악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속칭 똘팍이어서 그런가?
그래, 내가 똘팍이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지금은 왜 이해가 팍팍되는가? 십 대 한창 총명했을 때 똘팍이었던 내가 아줌마가 돼서 천재로 바뀌었나?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뇌신경학 학자들이 논문 무지하게 써대야 할 것이다. 아마 아이를 출산할 때마다 아이큐가 올라간다는 가설이 힘을 받을 것이고, 이 가설은 출산율 상승에도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출산율과 피아노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예전엔 이해가 되지 않아 무조건 외웠지만 지금은 이해가 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장 조하면 샵이 오선 위에 하나 붙어 있는 악보의 이름이다. 사장조는 오선 위에 있는 파를 반음 올려 하얀 건반인 파 오른쪽에 붙어 있는 검은건반을 누른다. 학교 다닐 땐, 그냥 <사장조 파는 반음 올림, 으뜸음은 솔>이렇게 따로따로 외웠다.
그런데 피아노를 치면서 보니 사장조의 으뜸 음은 솔이다. 솔이 으뜸음인 이유는 간단하다. 사장조에서 사는 <다라마바사가나다> 즉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솔의 우리나라 이름이기 때문이다. 솔(사)에서부터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속으로 부르면서 건반을 하나씩 눌러보다 보면 갑자기 소리가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잘 들리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시도해보시라. 우리가 흔히 파라고 부르는 건반을 누를 때 어색한 소리가 들린다. 이때 다시 솔부터 속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 속으로 부르면서 소리가 어색했던 건반을 반음 올린 검은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자연스러워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장조 다른 이름으로는 솔 장조(내가 만든 이름!)에서는 파에서 반음 올리는 것이다. 피아노 건반을 눌러 소리를 들으면서 음악을 공부했다면 음악이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학교 다닐 때 피아노는 음악실에 하나 달랑 있었고, 음악실도 하나 달랑 있었다. 그 음악실을 중학교, 고등학교 때 모두 3개의 학년이 각각 10여 개가 넘는 학급이 같이 썼다. 내가 음악을 어렵게 느낀 이유는 내 머리 탓이 아니라, 우리나라 음악교육 환경 탓이었다. 나는 정상이었다. 음악을 학원에서 미리 배우지 않은 다른 모든 친구들과 함께. 나는 내 딸과 아들이 음악을 어렵게 느낀다면 학교 음악교육 환경을 살피고 개선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내 딸과 아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좀 거창해졌다)
피아노를 치다 보니 궁금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나는 궁금할 때마다 제쳐 놓은 기본서를 펼쳐보았다. 피아노를 학원에서 배우는 입장에서는 순서가 거꾸로일 것이다. 학원에서는 이론을 배우면서 또는 배우고 나서 실기를 배운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기기 위한 자기만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께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었다. 이게 바로 독학의 장점이다.